'상냥한' 오브라이언 … 트럼프 대북관여 정책 탄력받나

2019-09-19 10:43:54 게재

WP "안전한 선택"

볼턴과는 다른 색깔

폼페이오와 호흡 맞춰

트럼프 결정 뒷받침할 듯

'폼페이오 사단'인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탁이 향후 대북 등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달 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예상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분기점에 서게 될 상황이라서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은 앞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외교안보 분야 '투톱'을 이루며 대선 국면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다.

사실 그의 대북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인질 특사로서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인 인질 구출 작전을 주도해온 만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5월 이뤄진 한국계 미국인 3명의 본국 송환과정에 그가 물밑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도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 특사가 북한이나 터키에 억류됐던 미국민들을 탈출시킨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외교현안에서 초강경 노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온 전임자 볼턴 전 보좌관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행정부 당국자들은 국무부 및 국방부 동료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감안할 때 '안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며 오브라이언의 '상냥한 태도'가 '싸움꾼'이었던 무자비하고 관료주의적인 볼턴 전 보좌관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오브라이언은 누구와도 잘 지낸다. 지구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매파' 전임자 볼턴과 달리 막후에서 유관 부처 간 조율을 시도하며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조용히 보좌하는 역할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인 셈이다.

이에 따라 볼턴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 브레이크 없이 대북 정책을 비롯, 외교안보 분야에서 자기 스타일을 더욱 밀어붙이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외교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과 이란 등과 관련한 '가시적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다 과감한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미 조야 일각에서는 외교안보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가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 않다.

CNBC 방송은 이번 인선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 약속들로부터 발을 빼고 북한 비핵화 등과 같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브라이언의 기용은 폼페이오 장관의 외교안보 분야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국무부 소속으로, '폼페이오 사단'으로 분류돼왔다는 점에서 전임자인 볼턴에 비해 폼페이오 장관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에 충실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폼페이오-오브라이언' 조합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하고 이행하는 쪽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상범 기자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