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베네수엘라 리포트'

'문재인정부, 차베스·마두로정권과 유사' 낙인효과 노려

2019-09-20 15:28:02 게재

"경제 망해도 정권 지속, 현정부 전략 유사"

"사법·입법부, 선관위까지 장악"

"재원대책 없는 복지로 경제파탄"

자유한국당이 '베네수엘라 리포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20일 펴냈다. 부제는 '경제가 망해도 정권이 지속되는 사례 연구'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주도하고 김기현 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유민봉 의원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위기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차베스-마두로 정권이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 '20년 집권'을 선언한 우리 정부여당과의 유사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권이 계속 집권하면 베네수엘라처럼 망한다'는 프레임이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가갈지 주목된다.

◆'대중지지 기반, 급진적 사회변혁 추구' = 보고서는 차베스 정권의 정치전략를 '기존 대의민주주의제에 환멸을 느낀 다수 빈곤층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급진적 사회변혁을 추구했다'고 분석했다.

주된 전술로는 △부유층 공격 △국민투표 선호 △기존 지배세력 혐오증 확대 등을 꼽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기 '적폐청산'을 내걸었던 점, 온라인 '국민청원'을 활성화한 점 등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차베스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으로 사법부·입법부 장악, 선거제도 악용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12월 당선된 차베스 대통령은 이듬해 8월 사법부에 대한 '긴급비상사태'를 선포, 4700여명의 판사와 소속 직원 중 절반가량을 부패혐의 등으로 조사했다. 최고사법재판소(대법원)를 배제하고 '사법비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최고사법재판소 판사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친 차베스주의자를 대거 기용했다. 그 결과 최고사법재판소는 2007년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를 합헌 인정하고, 반 차베스 성향의 민영방송 RCTV 폐지도 합헌 인정하는 등 293개의 판결 중 80%를 정부에 유리하게 내렸다.

◆여소야대 '국민투표'로 돌파 = 차베스는 또 1999년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 제헌의회를 구성했다. 의원 131명 중 친 차베스 세력이 125명이었다. 또 국민투표를 통해 71.8%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6년 중임제로 바꾸고, 입법부를 양원제에서 단원제(임기 5년)로 바꾸는 신헌법을 제정했다.

이듬해 실시한 총선에서 차베스 세력은 165석 중 과반인 92석을 차지했다. 야당이 선거를 보이콧 2005년 총선 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압승한다.

이같은 '공식'은 이후 마두르 정권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선관위에 대해서는 1999년 헌법 개정으로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킨 후 선관위원 5명 중 4명을 친여성향으로 임명한 데 이어 퇴임 선관위원장들을 공직에 재기용하는 방법을 썼다. 선관위는 이후 2016년 야당이 마두로 대통령 국민소환을 추진하자 투표정지를 결정하는가 하면 지난해 대통령선거 조기실시를 결정해 마두로의 재집권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기집권 못 막으면 베네수엘라" = 보고서는 또 '재원대책 없는 과도한 복지'를 현 정권 정책과 닮은꼴로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세임대비 사회지출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연평균 36.2%였다. 그러나 차베스 집권 후인 1999년부터 2011년까지는 연평균 60.7%로 급등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000년 28%에서 2017년 41%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지출 확대로 베네수엘라의 빈곤율과 극빈곤율은 각각 54.55%, 25.05%에서 2011년 27.05%, 7.15%로 대폭 축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고, 정부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175.6%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편향적 구성으로 사법부를 장악, 독립성을 파괴하고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해 선관위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패스트트랙 지정도 '좌파독재' 연장의 기반 다지기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차베스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좌파정권은 유지되고, 국가와 국민은 최악의 상태로 빠져버린 베네수엘라 위기상태를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의 장기집권 기도를 막지 못한다면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게 된다는 인식을 확인해야 한다"고 매듭지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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