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피격은 '자작극(false flag)'이었나

2019-09-25 12:20:56 게재

전직 세계은행 경제분석가 피터 쾨니히

"발사지점 의도적 혼란 … 미국이 승자"

14일 드론과 미사일이 사우디아라비아 두 곳의 석유시설을 타격했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을 반토막 냈다. 세계 생산량 기준으로 5% 정도다. 금융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사우디 주가는 하락했고, 국제유가는 치솟았다가 안정됐고, 이후 다시 하락했다.

예멘 시아파, 즉 후티 반군은 사건 즉시 자신들이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증거 제시 없이 이란을 '테러공격'의 배후로 비난했다. 이란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반박했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위치한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시설 중 일부가 발사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드론 또는 미사일 공격에 크게 훼손됐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한 나라에 부과된 경제제재 중 가장 엄격하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과거와 달리 이란에 대한 즉각적인 비난을 자제했다. 최근까지도 사우디는 이란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이 역사적 앙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사우디 피격이 일어난 직후 이라크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당 미사일이 예멘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발사됐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곧 이어 또 다른 이라크 관계자들이 나서 이라크와 무관하다고 앞서의 확인을 적극 부인했다.

애초 공격 발사지점은 미국에 있는 이라크 출신 분석가로부터 확인된 것이다. '퓨처 파운데이션' 창립자이자 대표인 엔티파드 칸바르다. 퓨처 파운데이션은 미국 소재 싱크탱크로, 미-이라크의 전략적 동맹을 기반으로 이라크의 사회·경제·정치·교육 발전을 꾀한다. 칸바르는 이라크 외교 무관, 부총리 대변인·자문을 역임한 인물이다.

아시아타임스는 17일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은 이라크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칸바르가 고국 이라크의 상황전개를 상세히 알고 있다. 이라크 내 많은 동료들이 칸바르에게 고급 정보를 주고 있다. 그 정보는 상당히 정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초 폼페이오 장관은 공격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확실히 밝힌 바 없다. 단지 이란을 비난했다. 그러다 칸바르 주장이 나오자 같은 의견을 냈다. 사우디 석유시설을 타격한 미사일과 드론은 예멘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발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증거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발사지점은 좀더 상세해졌다. 이란 국경과 가까운, 이란에 동조적인 반군이 점령한 이라크 지역이다.

아시아타임스는 앞서 보도에서 "쿠라이스 유전,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니라 이라크 남부에서 발사됐다. 이는 '예멘에서 발사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에서 30년 이상 경제분석가로 활동한 피터 쾨니히는 최근 온라인매체 '글로벌 리서치' 기고에서 "커다란 혼란이 조작되고 있다. 이란이 주범으로 지목됐다.서방의 주류 언론들이 사랑하는 시나리오다. 공격이 이뤄진 지 1주일이 넘었지만 후티 반군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대신 이란이 공격을 주도했다고 믿는다. 언론의 진격전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매년 700억달러 국방비를 쓴다.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 함대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 사들인 폭탄과 미사일을 갖고 있다. 나라 곳곳에 미군부대가 산재한 나라로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사우디는 미군으로부터 영구적인 군사·병참 보호, 기술적 지원, 대공 방어시스템을 제공받는다.

쾨니히는 "아무리 정교한 공격이었다고 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가 적극 지원하는 사우디 국방력이 어떻게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지 못했을까"라며 "일각에서는 후티 반군이 쏘았다 하기에는 너무 정교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 자체가 의문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이 실제 드론과 미사일을 쏘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예멘은 내전으로 수만명의 국민을 잃었다. 수많은 시민과 어린이들이 폭격과 기아, 설사병에 목숨을 잃었다. 엄청난 규모의 콜레라가 퍼져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쾨니히는 "2015년 초 예멘이 도발하지 않은, 정의롭지 않은 전쟁이 사우디로부터 전개됐다. 미국 정치권과 군산복합체가 배후에 있는 대리전이었다"며 "예멘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의 파편엔 '메이드 인 USA'라는 로고가 그려져 있다. 예멘은 지리적 전략적 입지를 갖고 있다. 거대한 해양 석유자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으로 인한 혼란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더 많은 경제제재를 단행할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이란과 물리적 전쟁을 벌일 독단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쾨니히는 "NATO를 구성하는 유럽과 캐나다는 제국이 몰락하기 전 약탈의 부스러기라도 얻기를 희망하며 미국의 장단에 기꺼이 춤추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자작극'(false flag) 또는 위장극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우디 석유시설에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게 이라크 내 미군 또는 미군이 훈련한 테러조직일 수 있다는 것.

쾨니히는 "미국은 이라크 내 셀 수 없는 기지를 갖고 있다.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자작극 공격은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기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자작극 이유는 뭘까. 새로운 경제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고공비행하는 에너지비용이 지속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보다 많은 부가 아래에서 위로, 빈자에게서 부자로 이동한다. 쾨니히는 "사우디 유전에 대한 공격은 보다 거대한 상황이 오는 전조일 수 있다"며 "월가는 에너지 파동(유가 파동)을 활용해 돈을 버는 데 익숙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냐 아니냐와 별개로 많은 학자들은 2008~2009년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GDP가 이미 생각보다 크게 둔화되고 있다. 2020년부터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쾨니히는 위기의 본질을 서구의 법정 불환화폐 시스템, 즉 달러 패권에서 찾는다. 그는 "달러 헤게모니는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자유낙하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른바 똑똑하다는 지식인들, 연준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해법을 찾는 데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이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부자에게 혜택을 주고 빈자를 더 약탈하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를 조장하되 기존의 약탈 시스템을 온전히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다. IMF와 ECB, 유럽위원회(EC)는 기득권을 손에 쥔 채 그리스 국민들을 위기에 처박아두고 있다.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p 내렸다. 주요 선진국도 연준의 결정을 따라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에 이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게 스위스프랑화다. 스위스의 기준금리는 -0.75%까지 내려갔다. 주요 선진국은 현행 초저금리나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큰 변화를 줄 의향이 없다. 말 그대로 경제적 일탈 시대다. 이들이 국민에게 권장하는 것은 단순하다. '국민이여, 초저금리를 활용하라! 내일은 오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빌리고 투자해라! 부채의 거품을 키우는 데 동참하라!' 하지만 시간문제인 거품 붕괴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쾨니히는 "이처럼 달러 위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큰 위기일지, 어떻게 위기가 퍼질지, 어디에서 촉발될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금융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라며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에 대한 단서는 있다. ECB 수장으로 배를 갈아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전 총재나 영국중앙은행 마크 카니 총재, 뉴욕연방은행 빌 더들리 전 총재 등은 미국이 달러 지배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달러 패권은 전 세계 미국 패권의 중추다. 이들은 달러 대신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삼자고 제안한다. SDR은 주요 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은 것이다. 거기에서도 물론 달러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달러패권을 숨길 수 있다. 또 달러가 단독으로 받는 불신을 어느 정도는 희석시킬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이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쾨니히는 "모든 것이 관련돼 있다"고 단언한다.

사우디 원유 생산량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5% 정도다. 유가가 고위험 투기 대상이 아니라면 사우디 피격이 국제유가에 중대한 타격을 주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국제유가는 정당화된 투기상품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글로벌 은행들은 그같은 영역의 전문가들이다. 이들 은행은 장막 뒤에서 달러 시스템을 움직이는 연준과 IMF, ECB, 국제결제은행(BIS)의 손발이기도 하다. 이들은 위기를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합법적으로 약탈한다.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린다. 쾨니히는 "지난 100년 간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제, 금융위기가 늘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구 선진국 발 글로벌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우디 유전 2곳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 있었다는 것은 국제유가를 치솟게 할 자연스런 이유다. 의도에 따라 상황을 조작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무대다. 서구의 정치·군사·금융 엘리트들로선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다. 유전시설을 공격해 인위적인 경제위기를 만들고, 이란을 비난할 수 있는 빌미를 얻었다. 상황에 따라선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쾨니히는 "따라서 사우디 유전 피격 상황은 '퀴 보노'(cui bono)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가 범인인가, 누가 이득을 보는가를 의미하는 라틴어다. 그는 "답은 서구의 군산복합체이며 금융엘리트들"이라며 "미국이 사우디와 공모했는지 여부를 떠나 자작극으로 봐야 한다. 이는 최고 등급의 경제테러"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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