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넥스트라운드’ 지방 벤처에 투자기회

2019-09-25 05:00:22 게재

작년부터 248억원 투자유치 ... 투자자,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투자 관심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지난 3월 15일 제주벤처마루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수도권 벤처캐피탈, 지역 혁신벤처생태계 유관기관, 청년창업가 등 약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DB NextRound in Jeju'스페셜라운드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지역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였으며 3개 스타트업이 투자유치를 받았다. 이달 24일에는 부산에서 넥스트라운드가 열렸다. 사진 산업은행 제공


내장고와 정수기 등 가전제품에 필요한 진공단열재와 관련장치를 개발·제조하는 에임트는 산업은행과 인라이트벤처스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에임트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창업자들이 수도권에서 대구로 내려와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벤처캐피탈(VC)인 인라이트벤처스는 에임트를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운드’에 추천했다. 넥스트라운드는 벤처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산업은행의 플랫품이다. 에임트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에, 12월 대구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했다. 에임트는 산업은행과 인라이트벤처스로부터 받은 투자자금으로 신선식품 배송에 필수적인 콜드체인 패키징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물류유통 분야 대기업들과 사업협력·전략적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벤처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인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운드’가 지방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다니고,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매주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투자자들을 만나기 어려운 지방 소재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25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국 지역별 넥스트라운드를 개최한 결과 지방소개 8개 기업이 248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지자체 요청 이어져 = 에임트 이외에 지역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해 투자 유치를 받은 스타트업은 공유숙박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스터맨션(부산 라운드), 수소전기차 카쉐어링 플랫폼을 운영하는 J’Car (목포 라운드), 뇌영상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뉴로핏(광주 라운드), 영어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캐치잇플레이(제주 라운드), 동물백신을 개발하는 이노백(춘천 라운드) 등이다. 서울·판교 중심으로 활동하는 투자자들이 지방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과 만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지역에서 열리는 넥스트라운드가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쟁력있는 스타트업들을 추천받아 벤처투자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목포 광주 대구 등 네 차례 지역 라운드를 진행한 산은은 올해 3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춘천 울산 여수 아산 부산에서 넥스트라운드를 열었다. 4분기에는 전주 대덕 포항 창원 등이 예정돼 있어 올해 총 10회가 열리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지는 않다”며 “해당 지역 대학의 졸업생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3년간 넥스트라운드를 운영한 결과 투자를 받은 기업의 주 영업점 소재지는 지역적으로 서울 58%, 수도권 20%, 그 외 지역 22%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진출하는 넥스트라운드 = 산은은 넥스트라운드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한편, 해외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선전 및 상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서 넥스트라운드를 개최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벤처투자자들이 해외 스타트업들과 만나 투자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스타트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는 시장이다. 인구가 2억7000만명에 달하는만큼 성공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산은은 동남아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선전과 상하이에서 진행된 넥스트라운드에서는 각각 1개사가 기업설명회(IR) 이후 투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편 넥스트라운드는 2016년 8월 1회 라운드를 시작으로 3년 만에 290회에 육박하는 라운드를 개최했다. 그동안 1039개 기업이 IR에 참여해 180개 기업이 1조원 이상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벤처캐피탈 등 파트너사는 2016년 13개에서 2017년 28개, 지난해 47개, 올해 63개로 확대되고 있다. IR에 참여한 기업들의 업종을 보면 전통 제조업 분야는 11%에 불과한 반면 지식서비스 30%, 정보통신(ICT) 24%, 바이오 23%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받은 기업들은 지식서비스 47%, 바이오 24%, ICT 12%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유치에 성공한 180개 기업 중에서 200억원 이상을 받은 기업은 컬리, 패스트파이브, 밸런스히어로, 티움바이오 등 9개사, 왓챠, 마이리얼트립, 데일리호텔,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백패커(아이디어스) 등 32개사(18%)는 100억원 이상을 받았다. 50억원 이상 투자유치를 받은 기업은 68개사(38%)에 달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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