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전 사장 채용비리 유죄

2019-10-21 11:43:31 게재

코바코 사장 시절 인턴채용에 관여

법원 "반성 안해"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원창 전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인턴 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2년간 형을 유예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은 코바코 사장 재직시절인 2012년 6월, 15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고졸 인턴 사원 A씨를 면접시험 대상자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 A씨를 추천한 것은 김재윤 전 의원으로, 김 전 의원의 선거사무실에서 활동한 인사 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장은 김 전 의원과의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A씨를 추천받은 것으로 봤다.

이 전 사장은 관련 임직원을 불러, A씨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를 넘겨주면서 'A에게 연락해 지원서를 받고 면접을 보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는 인사팀 실무자에게 전달됐고 A씨 지원서를 팩스로 제출받은 뒤 서류 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면접시험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했다.

이 전 사장은 재판에서 "공사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주위 사람의 추천을 받아 A씨를 면접대상에 포함시킬 것일 뿐 업무방해 고의가 없었다" 주장했다. 이어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인 7년을 지나 공소가 제기됐으므로 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에 대해 면접을 보도록 하라는 이 전 사장 지시는 2012년 6월 20일 이뤄졌고, 실제 면접은 26일 실시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2019년 6월 21일 법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황 판사는 "공소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범죄행위 종료시점은 실제 면접인 6월 26일"이라며 "업무방해죄 범죄행위의 종료시점은 2012년 6월 26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기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황 판사는 "공사가 공개채용 방식으로 인턴을 채용키로 했고, 서류 전형이 마쳐진 것을 알면서 사적 인맥을 통해 알게 된 A씨를 면접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며 "이와 같은 행위만으로도 A가 정당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면접위원들로 하여금 적정한 면접 업무를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황 판사는 이어 "채용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로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므로 죄책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불명예만을 걱정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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