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색 대상자·방법 정한 대법원규칙은 국민 기본권 침해"

2019-11-07 11:06:31 게재

천주현 변호사 "위험성 있는 사람만 검색하면 충분"

'대법원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 논란

"대법원 규칙으로 법원을 출입할 때 누구를, 어떻게 검색할지는 최소한 법원조직법 등 법률에 규정돼 있어야 한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

대법원 규칙으로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 '시민과 형법' 저자인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의 주장이다.

지난 9월 20일 변호사 및 법무사 등을 법원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던, '대법원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가 개정됐다.

수원고등법원 등 일선 법원이 변호사와 법무사에게도 휴대용 금속탐지기 사용을 시작하는 등 검색을 강화하자, 변호사들이 "대법원 규칙의 자의적인 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천 변호사는 7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대법관 회의를 거쳐 제정되는 '대법원 규칙'으로 법원조직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검색 대상자와 검색 방법 등을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은 변호사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중요 기본권 제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 천주현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여직원과 함께 지방 모 법원을 출입하던 중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한 손에는 기록봉투를 다른 손에는 기록이 든 개방형 천가방을 들고 있던 여직원이 보안관리대 A직원에 의해 출입을 제지당했다.

천 변호사가 소송기록이라고 항변했음에도 A직원은 여직원의 출입을 거듭 제지했고, 검정색 가방 속의 물건을 꺼내 검색대에 올리라는 요구를 계속했다. 천 변호사는 해당 법원 법원장에게 "보안검색대가 흉물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법원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시민과 형법'에서 일부 발췌)

천 변호사는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항을 대법원이 규칙 형식으로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원 출입시 검색 근거 규정은 대법원 규칙인 '대법원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다. 법원조직법 제55조 2는 법원보안관리대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 1항은 "법원보안관리대의 설치와 조직 및 분장사무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이 "법원보안관리대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또는 법원청사 내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법원 청사 출입자를 검색할 수 있다"고 규정한 동조 3항과 1항을 연계해 '대법원 규칙'을 자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천 변호사의 지적이다.

천 변호사는 "이렇게 가면(대법원 규칙을 쉽게 개정하면) 앞으로 금속탐지기 보다 더한 검색 수단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최소한 '누구를 검색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검색해야 하는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인데, 이는 최소한 법원조직법에 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아, 현재 일선 법원이 검사를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등으로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이명근 변호사는 7일 "만약 법원 검색·수색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정출입이 제한될 수 있는데, 재판 당사자는 당해 기일에 불출석 처리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도 "소지품을 과도히 검색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고, 시간에 촉박한 변호사가 오해를 받아 법정에 자유롭게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 피고인이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법원 인식 반영" = '법정의 존엄과 질서유지 및 법원청사 방호'를 위해 모든 출입자를 검색·수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변호사는 "모든 출입자들에 대해 검색과 수색을 한다는 것은 법원을 출입하는 국민들이 언제, 누구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고,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나 변호사도 "일반 국민들에게 법원은 매우 어려운 장소"라며 "법원이 잠재적 테러범을 대하듯 과도한 보안검색과 신체수색을 하는 것은 법원이 국민에 대한 권위를 더욱 내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조직법' 구체적으로 바꿔야 = 천 변호사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또는 법원청사내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법원청사 출입자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법원조직법 제55조의2 3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흉기 등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나 '법원청사내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을 지니고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항은 법원 보안검색 목적을 '법정의 존엄과 질서유지 및 법원청사의 방호'로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존엄'과 '질서'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법원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을 국민이 따라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모든 출입자들에 대해 검색과 수색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성열 오승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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