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물에 답 있다│① 수상태양광

미세먼지 잡고 산림훼손 걱정 없앴다

2019-11-13 11:21:45 게재

주민과 함께 '녹-녹 갈등' 해결 … "녹조·빛 반사 우려는 잘못된 정보"

녹색과 녹색의 갈등.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 갈망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환경을 생각한 육상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도리어 산림훼손을 일으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물'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합물관리'로 수량과 수질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됨에 따라 에너지전환과 환경보존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넓어졌다. 내일신문은 2회에 걸쳐 물을 이용한 에너지전환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7일 충북 충주시 청풍호 월악나루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가자 수면에 떠 있는 태양광 모듈들이 나타났다. 3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시설로 2017년 준공됐다. 이곳에서는 1년에 1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수상태양광은 댐이나 저수지 수면에 물에 뜨는 구조물인 부력체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 수중케이블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7일 충북 충주시 청풍호 월악나루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가자 수면에 떠 있는 태양광 모듈들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1년에 1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 이의종


이날 동행한 이상훈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처 부장은 "충주댐에 설치한 수상태양광 모듈의 경우 납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수질오염이나 수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또 "일각에서는 모듈이 수면을 가려 햇빛이 수중으로 덜 침투해 녹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는 수상태양광 설치 조건과 다른 모형 실험결과로 일반화하기 힘들다"며 "수중에 태양빛이 투과되도록 모듈간 일정간격을 유지해 문제가 없도록 했고 세척할 때도 세제를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충주댐 수상태양광 전경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전 세계적으로 수상태양광 관심 높아져 = 문재인정부가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생각만큼 상황이 쉽지는 않다. 육상태양광 입지규제가 강화하면서 어려움이 더 커진 게 현실이다. 수상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2015년부터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이 급증하고 있다. KEI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쟁점의 허와 실-팩트체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의 총 설비용량은 약 1.3GWp로 2000년도 전 세계 육상태양광 발전 생산 전력량에 해당한다.

댐 수면을 활용해 1.7GW 개발시 에너지 2271GWh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석탄발전 가동률의 4.2%를 대체 가능한 수치다. 또한 연간 미세먼지 1131톤과 온실가스 106만톤을 줄일 수 있다. 수면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기 때문에 냉각 효과가 있어 육상태양광 대비 발전효율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수상태양광 개발에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2년 합천댐 수면 위에 0.5M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해 국내 최초로 수상태양광 발전을 상용화했다. 보령댐 2MW, 충주댐 3MW 등도 운영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설 1만3413MW의 10%(1358MW)를 담당(2018년말 기준)하고 있다.

7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충주댐 수상태양광 모듈을 청소하고 있다. 세제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진 이의종


◆"수면관리자 역할 중요, 태양광 흑백논리 벗어나야" = 일각에서는 수상태양광이 수질이나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빛 반사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노태호 KEI 선임연구위원은 "수상태양광이 무조건 안전하지도 무조건 비환경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흑백논리를 경계했다. KEI가 2011~2019년 실시한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모니터링 결과 중금속으로 인한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플랑크톤류의 군집지수는 안정적이며 구조물 하부에서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계절적으로 출현하는 조류 종류도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합천댐 시설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이 사례를 가지고 모든 수상태양광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수자원공사처럼 수질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수도용 자재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먹는물 수질기준보다 약 10배 강화한 기준 사용)을 쓸 때는 걱정 없지만 다른 기관 시설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수상태양광 운영시 수면관리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질 1~2등급인 곳에서 태양광을 하지만 농업용수처럼 수질등급이 떨어지는 곳에서 수상태양광을 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질이 안 좋은 곳에서 태양광을 덜 받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새만금 등 해수역 역시 마찬가지다. 염분 문제 등 안전성을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주민갈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주민참여형 시설로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장은 "합천댐에 추가로 40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을 짓고 있다"며 "이 시설의 경우 주민들과 발전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등 앞으로도 주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수상태양광 시설을 디자인해 지역 관광요소로 만들 계획"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시 테스트베드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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