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서 만나는 세계 각국 문화

'무슬림 마을'에서'중앙아시아 거리'까지

2019-11-18 11:45:03 게재

서울에만 40만명 거주

서울은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외국인 주민들로 넘쳐나는 대표적인 국제도시다. 이들은 종교시설, 학교, 직장을 중심으로 특정지역에 많이 모여 산다. 외국인 이웃들이 모여사는 지역은 고향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고유한 특색들을 물씬 풍긴다.

이곳을 거닐다보면 전통음식과 언어 그리고 현지 문자 간판들로 해외여행 중인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1976년 서울 이태원에 세워진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전경. 사진 이의종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은 40여만명의 외국인주민들로 인해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도시로 성장해나가고 있다"면서 "문화다양성의 포용과 존중은 인구 1000만의 메가 시티 서울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지자체 최초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주민정책 5개년 계획 '다(多)가치 서울 마스터플랜'의 2차 계획이 시작됐다"면서 "계획이 충실히 이행되고, 발전돼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무슬림 마을 = 최근 용산구 이태원 주변에 형성되고 있는 무슬림(이슬람) 마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태원 남동쪽 끝자락에는 1976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있다. 이슬람 국가와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무슬림 마을은 점점 더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원을 나와 이태원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터키, 이집트, 파키스탄 등 이슬람계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주로 할랄음식점이 많다. 할랄푸드란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되는 음식을 일컫는다. 요즘 할랄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도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동부이촌동 일본인 마을 =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에 중장기적으로 머무르는 일본인이 늘어났다. 일제시대 일본인 집단 거주지는 용산구 후암동이었다. 다시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일본인들은 낙후된 후암동을 버리고 한강개발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이촌동을 선택했다.

이들은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이촌역 4번 출구 앞 동부이촌동에 자리 잡았다. 일본대사관과 기업들이 있는 서울 도심에서 멀지 않고 당시 일본인 학교가 강남에 있어 교통도 편리했다.

◆프랑스 서래마을 = 가장 많이 알려진 외국인 집단거주지는 서초구 서래마을이다. 서래마을이 파리 한 모퉁이처럼 이국적인 거리로 변모한 것은 1981년 이태원에 있던 서울프랑스학교(LFS)가 이전해 오면서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자연스럽게 서래마을을 찾게 된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절반가량이 여기에 모여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마을을 넘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가리봉동·대림동 차이나타운 =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출신 외국인 이웃들은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이곳은 국내 경기침체 여파에도 호황을 꾸준히 이어가는 거대한 상권을 갖췄다. 탄탄한 중국인 수요에 중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 있는 한국인들도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혜화동 필리핀 거리 = 매주 일요일 아침 종로구 혜화동성당 앞은 필리핀 출신 이주자 만남의 장소로 변한다. 천주교 신자인 필리핀 출신들이 미사를 마치고 나와 고향 음식과 식재료, 생활용품 등을 사고팔고 안부를 전하며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인근 골목에는 필리핀 식당과 카페도 영업 중이다. 필리핀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과 다른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 중구 광희동에 이방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한국와 구 소련이 수교를 한 1990년대 초부터다. 동대문시장에는 물건을 사러 온 러시아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주변국 상인들이 이곳의 주인공이 됐다.

골목마다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음식점, 식료품점, 잡화점 등 낯선 간판들이 가득하다. '동대문 실크로드'로 소문나면서 한국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창신동 네팔 마을 = 종로구 창신동에는 네팔인 거주지가 형성됐다. 봉제공장이 많은 창신동은 일자리를 찾아 외국인 이주자들이 모여들었다. 창신동 골목시장으로 들어서면 원조 커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현지 음악이 흘러나오고 공예품이 장식돼 있는 음식점에서는 때때로 네팔인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골목에는 네팔 향신료나 과자를 파는 잡화점도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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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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