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홍구 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
"미래교과서, 지식전달보다 창의력· 비판적사고 견인에 초점"
재단, 교과서 질 관련 지원종합시스템 구축
서책형·디지털 교과서 융합이 가장 큰 과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지식전달에서 토론, 창의력, 비판적 사고, 질문하는 학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 활동중심의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과정을 역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게 미래 교과서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김홍구 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이 미래교과서를 진단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의 융합'을 꼽았다. 교과서연구재단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시대 교과서'의 역할이다.
이미 교사중심 교육과정에서 학습자중심에 맞춰나가는 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책형 교과서와 e-러닝이나 사이버 가정학습 인터넷 방송 등 디지털 교과서가 융합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미흡했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초기 디지털 교과서 제작과 운용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우리사회는 '초연결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지구촌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면서 교육정책 변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따라서 서책형 교과서와 테크놀로지 체제의 학습내용과 방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정보기술 이상으로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고 있다. 지식 생산자와 활용하는 사람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도 필요한 대목"이라고말했다. "미래사회는 불확정시대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직업과 물건이 생산된다. 이러한 미래사회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미래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교과서 역시 교육의 보조역할에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분석결과다.
이들이 협업교육과 진로교육,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필수항목으로 설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직된 현재 교육과정과 교수법으로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게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과서가 수업자료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미래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한 목적과 흥미별 분야 간 과목간 학교 간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범 교과적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융합형 교과서, 어떻게 만드나 =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사교육시장에는 얼씬거리지 않고도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학생들이 던지는 멘트다. 이 간단한 한마디에서 공교육의 정당성과 교과서 학습 효율성에 대한 강한 인식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김 이사장은 융합형 교과서 제작을 위해 국어과목을 예로 들었다. "언어능력 뿐 아니라, 감성발달, 사회성 발달, 공동인성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체육, 예술 등과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에 담긴 인문적 사유와 인문적 가치 발견과 탐구가 필요하다. 또한 언어에 의한 사회화는 생애발달의 중요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학습의 생애 지속성'을 만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미래교육의 이상형은 평생교육체제를 확산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미래형 교과서는 기후, 인구, 복지, 질병 등 인간의 삶과 깊은 고리를 연결하고 미래예측과 조화를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교과서는 학습의 맥락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고 주제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교과서가 반영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암기를 요구했던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미래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실생활에서 적용 사례를 찾아 토론과 논쟁을 통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도 미래 교과서가 갖춰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학습과정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킹과 개방성은 교육의 다양성을 끌어낼 것이고 교과서 역시 학습분화 요구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교과서 형태가 맞춤형 교과서다." 이러한 교과서는 근대형 학교 해체에 따라 학생들의 삶과 일 놀이 체험 생활 속 문화를 담아내는 융합형으로 변할 것이라는 게 김홍구 이사장의 진단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과서의 평가 기능도 바뀔 수밖에 없다. 외부평가에 의존하기보다 개인 주도로 이뤄지고 교수학습 원리도 새로운 개념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공교육과 무관한 다양한 자격증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실질역량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것이라는 게 연구재단에서 추구하는 미래교육의 방향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직업세계를 넘나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학습과 교과서의 역할은 이동을 수월하게 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교과서가 교육제도 유지와 학습 등을 받쳐주는 보조역할에서 오히려 선도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철저한 준비와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과서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있고 편찬제작과 보급, 운영 평가 개선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교과서 = 교과서를 통한 역량강화도 개선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학교교육을 통해 배우는 내용을 사회에서 당면하게 되는 문제 해결 능력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교과서의 진화는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과정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책형 교과서냐 디지털교과서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미래형 교과서 생존은 학습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플랫폼으로서 기능과 체제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최근 미래교과서에 대한 사회여론의 주문은 통일을 대비한 교과서 개발이다.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사회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업은 '통일'이다. 통일에 대비하는 사회 각 분야의 노력과 합의, 소통은 반드시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통일 이후 남과 북이 통합과 조화를 이루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교과서다. 통일을 대비한 교과서 개발과 보급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다. 통일대비 교과서 개발을 위한 지원과 남과 북의 교류가 필수라는 게 미래교과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교과서 운영과 소통도 미래교과서가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교과서 프로세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시스템 역시 정교해질 것이라는 게 김 이사장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교과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는 최소화하고 양질을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지원은 더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인정 교과서 확대와 자유발행제 도입에 대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창의적인 장점과 다양한 교과서 출현이 얼마나 가능할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출판사들의 독식과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김 이사장은 "결국 교과서의 힘은 융복합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나타날 것"이라며 "단일 서책형 교과서 보다 통합과 융·복합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게 미래형 교과서 역할"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