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도시, 환경으로 살리다│② 독일 프랑크푸르트·보봉

'에너지전환' 시민도전은 계속 된다

2019-11-27 12:33:01 게재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결이 다른 문제

규제부담, 갈등 생겨도 수용성 높아 지속가능

14일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 3km정도 떨어진 보봉(Vauban)마을에 도착하자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들이 펼쳐졌다. 보봉마을은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 친환경 마을을 형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택배 등을 제외하고는 주차할 수 없어요. 가능한 한 주거지역 내 차량 운행을 막기 위해서죠. 주민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도 대부분 태양광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세입자인 저는 태양광으로 돈을 벌지는 않지만 전기료를 내지 않아요. 집 주인은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의 일정부분을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죠."

보봉마을 주민들은 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본인들이 사용하는 전기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판매를 해 수익을 내고 있다.


보봉마을에서 만난 주민 애드트리드 마이어(Adtrid Mayer)의 말이다. 주민 수가 6000여명인 이곳에서는 패시브 하우스(고단열·고효율 제품을 사용해 외부로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차단하는 집)나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연간 사용량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 정부조차 관심이 없던 1980년대, 에너지전환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에코연구소(Oko-Institut)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프 팀페 에코연구소 수석 담당자

◆태양광으로 난방 해결, 전기 판매도 =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얘기할 때 흔히 독일을 선진 사례로 든다. 하지만 독일 역시 에너지전환이 쉽지는 않다. 13일 프라이부르크 현지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팀페(Christof Timpe) 에코연구소 에너지&기후분야 수석 담당자는 "자연보호나 소음 발생 등의 이유로 풍력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아직도 상당하다"며 "하지만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문제를 같은 선상에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원전의 경우 에너지전환이라는 측면보다는 안전확보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탈석탄 대체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탈원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크리스토프 팀페의 설명이다.

프라이부르크가 독일 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것도 탈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0년대 주 정부가 프라이부르크시에서 30km가량 떨어진 곳에 원전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반발했다. 결국 원전 건설은 백지화했다. 이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개인차량 대신 자전거 타기 △주택에 태양광 설치 등 친환경정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40여년의 노력이 쌓여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벽면 녹지의 먼지 제거 효과 등을 살피는 사업 장면이다.


◆지역 네트워크로 주민 니즈 반영 = 독일은 2022년까지 탈원전을, 2030년 석탄이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의 전력생산 비중을 25%까지 늘린다는 게 목표다. 또한 2038년에는 탈석탄화를 하고 2050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 100%(탄소 중립)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는 힘든 상황. 크리스토프 팀페 수석담당자는 "독일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목표를 거창하게 세웠지만 모든 걸 달성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열망이 크기 때문에 탄소 중립 목표는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전환에 나섰고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뮌헨의 경우 2025년 모든 공공시설이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된 최초의 도시가 될 전망이다.

프랑크푸르트는 2009년부터 모든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설계해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12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한 시민은 "패시브 하우스 등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할 때 시민 니즈를 정확히 알기 위해 천주교나 개신교 등 지역 종교 단체들과 시가 긴밀하게 협력을 하고 있다"며 "시 입장에서도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좋겠는데 그 속에 있는 주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형편인지 잘 모를 때 각 가정들의 사정을 잘 아는 종교 단체들의 힘을 빌리곤 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가 에너지전환 성공 도시로 손꼽힐 수 있던 이유기도 하다.

보봉마을에서는 택배 등 특정 차량을 제외하고는 주거지역에 주차를 할 수 없다. 가능한 한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서다.


◆독일도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 겪어 = 재생에너지 비용에 대한 저항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비싼 독일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이 안정화 될 때까지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애드트리드 마이어는 "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폐로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원전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4일 보봉마을의 한 상가 벽에는 시민들의 집회계획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탄소세 도입을 촉구하고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덜 내뿜도록 요구하는 취지의 집회가 29일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가 친환경도시로 주목하고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그들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 이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 'KPF디플로마 환경저널리즘 교육과정'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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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보봉=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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