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관련 참고인 조서, 증거능력 부인가능성

2019-12-13 10:52:21 게재

재판부 '기소 후 참고인 조서 증거능력 부인한 11월 대법원 판결' 인용

정경심 교수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변경신청을 불허함과 동시에 '기재되지 않은 중요증거를 기습 제출하면 증거 채택하지 않고 기각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송인권 부장판사는 헌법의 적법절차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을 언급하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 여부를 원칙대로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추가기소 할 것으로 보이는 정 교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정 교수에 대한 최초 기소 후에 대부분 수집됐기 때문에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 일방적으로 참고인 불러 유리한 증거 만들 수 있어"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사문서위조 공소장 변경신청을 불허하며 검사를 향해 "증거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이야기 하겠다. 판결 나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 못 봤을 텐데"라며 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송 판사는 판례 핵심요지를 읽은 후 "피고인과 대등한 지위인 검찰이 일방적으로 참고인을 불러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어 나중에 참고인이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반대신문이 가능해도 증거능력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 대해, 김남국 변호사는 1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직접 법정으로 불러서 이야기를 듣지 기소된 이후에 법정으로 불러서 증인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되지 참고인으로 왜 검찰청으로 불러서 굳이 진술조서를 받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추가기소 할 것으로 보이는 2013년 6월 정 교수 사문서 위조 혐의 입증을 위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 등 증거능력이 상당수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최초 기소 후에 대부분 증거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법원이 최초 공소장과 변경신청한 공소장의 공소사실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점을 들며, 추가 기소 전 확보한 참고인 진술조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도 최초 공소사실과 변경신청한 공소사실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기소 후 참고인 진술조서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소 후 확보한 참고인 진술조서로 재판부가 판단할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법조계 지적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13일 "해당 대법원 판결 사안과 정 교수 사안이 달라서 정경심 재판부가 이 판결에 직접 근거해서 참고인 진술조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이 판결에서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해서 인용한 점을 본다면 사문서 위조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 증거능력이 상당수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1차 기소할 때 (공소장 변경으로) 공소사실만 바꾸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을 해서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것인데, 공소장변경이 불허돼 추가기소를 한다는 사정만으로 형식적으로 기소 이후에 입수한 증거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에 반해" = 송 판사가 언급한 대법원 판결은 지난달 28일 선고(주심 조희대 대법관)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제1심에서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돼 검사가 항소한 후, 수사기관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해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 시행사 대표인 A에게 B를 통해 도와주겠다고 접근한 다음 A로부터 서울시 소관인 위 사업 인허가 청탁비용 명목으로 합계 5억 5000만 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즉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으로 기소됐다. 제1심은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했고 검사가 항소했다.

그런데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하루 전에 참고인을 불러 검찰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검사는 조서 작성 당시 참고인에게 제1심 무죄 판결과 변호인 의견서를 보여 주고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을 알려 달라고 하였으나, 곧 있을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알려주지는 않았다.

해당 참고인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검사 작성 참고인 진술조서와 같은 취지로 법정진술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그 사건에 관한 형사절차의 모든 권한이 사건을 주재하는 법원(수소법원)에 속하게 된다. 그간 수사 대상이었던 피의자는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의 지위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제기 후 참고인을 소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를 작성해 이를 공판절차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 지위에 있는 검사가 수사기관으로서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에 반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천주현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가 임의수사이긴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잠탈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소후 참고인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정 교수 사문서 위조 혐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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