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전자청원시대' 열렸다 … 국회의원 안 거치고 상임위 직행
입법·제도개선 등 인터넷 국민청원, 10일 가동
100명 찬성에 공개, 30일간 10만명 동의로 접수
유럽식 모델 … 국회청원심사 의지도 중요
10일 국회 사무처 손을춘 국회민원지원센터장은 "전자청원제도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국회청원심사규칙 개정안이 전날 통과돼 국민동의청원을 오픈했다"면서 "지금까지 국회에 청원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문서로 작성한 청원서만 접수됐으나 앞으로는 국회의원 소개없이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서 30일 이내에 10만명의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법률 제정이나 개정, 제도개선 등에 대한 청원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이 직접 입법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담은 '국민동의청원'사이트(petition.go.kr)는 이날 개방됐다.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 들어오면 왼쪽에 '국민동의청원'에 바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문이 있다. 청원하기, 동의하기 버튼이 있고 동의진행청원, 동의종료청원, 위원회심사청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색어를 통해 관심분야 청원현황 파악도 가능하다. 동의가 진행중인 청원을 최다동의, 만료임박, 최근공개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으며 분야별 청원묶음도 준비돼 있다. 공지사항과 함께 자주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월 국회법을 개정해 전자청원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자청원은 문희상 의장의 일하는 국회법 중 하나다. 문 의장이 전자청원 도입에 주력한 데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활성화에 자극을 받은 때문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법적 근거가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개설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국민들의 여론에 직접 답하며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반면 국회에서는 많은 청원이 접수됐으나 국회의원들이 청원심사를 외면해 점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원을 내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소개 등 높은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도 국회 청원을 막는 장벽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독일 영국 등 유럽 선진국의 전자청원 도입방식을 답사한 후 독일 청원을 모델로 한 국민동의청원을 기획했다.
전자청원이 활성화돼 있는 영국 의회는 6개월간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답변하고 10만명 이상이면 의회 상임위에 전달된다. 독일은 4주간 5만명의 지지를 받으면 청문회를 열 수 있다. 애초 사무처는 공개기준과 청원접수 기준을 각각 '30일 이내에 20명 이상' '90일 이내 10만명 이상'으로 정했으나 입법예고 등을 통해 의견을 반영, '30일 이내 20명 이상' '90일 이내 5만명 이상'으로 문턱을 큰 폭으로 낮춘 방안을 국회 운영위에 제출했다.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심사과정에서 "청와대 청원에 비해 문턱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동의와 공개기준을 높이고 찬성과 동의 기간을 동일하게 30일로 짧게 맞췄다.
청원을 하려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사무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법적 근거가 없어 본인확인절차를 생략할 수 있지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헌법에 보장된 청원절차로 청원법에 따라 본인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원자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제한되고 청원 의견을 낼 때는 회원가입, 본인 확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 이름, 이메일주소, 휴대전화번호를 필수 기입사항에 포함됐다.
청원자가 청원제목과 청원내용을 작성하면 이메일을 통해 청원심사시스템에 의해 청원자에게 확인메시지가 발송된다. 청원자는 전달받은 링크를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블로그 등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링크를 전달받은 지지대상자들은 회원가입 이나 본인확인 과정을 거쳐 동의를 표할 수 있다. 100명의 동의를 채운 청원은 7일 이내에 국회 사무처에서 심사를 거쳐 청원요건에 위배되지 않는 한 곧바로 공개된다. 공개후엔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동의절차에 들어가고 30일이내에 10만명만 넘어서면 해당 상임위로 전달된다. 법안으로 만드는 과정은 각 상임위 전문위원실에서 맡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토론방이나 댓글은 여론의 양극화를 고려해 도입하지 않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전자청원 성립기준의 상향조정과 실명확인 과정을 비판하면서 청원심사안건의 자동상정을 막는 단서조항과 심사기간 연장조항을 삭제하는 등 국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센터장은 "국회동의청원은 청원이 성립되면 국회가 소관 상임위에 회부해 심사할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청원권을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면서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