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긴즈버그의 말

법의 언어로 세상을 바꾼 긴즈버그

2020-01-10 11:28:54 게재
헬레나 헌트 외 지음 /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1만5500원

미국의 연방대법관. ‘노토리어스 RBG'(미국의 래퍼 노토리어스 BIG에 빗대어 붙여진 별명)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여자. 9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여성이 젊은 층의 최애 아이콘이 된, 아마 전세계 유례 없을 신기한 현상의 주인공.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설명할 말은 이외에도 아마 수없이 많을 것이다. 만약 기자에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설명해 보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세상은 그가 가진 모든 환경(유대인이자 여자이자 게다가 엄마)을 ‘결점’이라고 했지만 성별이나 소득 인종 출생환경에 관계 없이 법 앞에 평등한 정의를 믿으며 담대하게 버티었고 결국엔 법의 언어로 세상을 바꿔낸 사람.

그의 삶을 훑어가다 보면 ‘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지내며 그의 가장 주요한 무기, 법과 논리와 철학과 언어로 그들을 설득했고 결국엔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가 1994년 미국법률협회에서 자신의 목표 중 하나가 “과한 여담이나 미사여구 없이, 또 의견이 다른 동료들에 대한 산만한 비난 없이 올바른 동시에 단단한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그가 자기 주변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화내거나 적대시하지 않았다. 다만 올바르고 단단한 언어의 힘으로 설득하거나 화합했다.

신간에는 그의 힘 있는 말들이 주제별로 묶여 있다. 그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 인용돼 이미 유명해진 어록도 눈에 띈다. 그는 1970년대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대법원 제소 6건 중 5건에서 승소했는데 그 때마다 역사에 남을 변론을 했지만, 1973년 1월 17일 변론에서 이 말은 명언으로 남았다.

“1837년에 유명한 노예 폐지론자이자 양성평등주의자인 세라 그림케는 우아한 목소리가 아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베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형제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목을 밟고 있는 그 발을 치우라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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