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한차례 '학교급식 대결' 어때요?"

2020-01-30 11:30:37 게재

강서구 아동·청소년 정책제안 들어보니

참여위원 1년 활동, 또래·공무원과 공유

"모두 같은 무상급식인데 학교마다 왜 차이가 있을까요? 월 1회 학교 대 학교로 급식대결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동학대 예방은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에서 주는 육아지원금을 받기 전에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면 좋겠어요."

서울 강서구 초·중·고교생들이 또래 눈높이에서 발굴한 이색 정책을 제안, 눈길을 끈다. 강서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담긴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 네가지 권리를 지키는 아동친화도시를 표방, 매년 아동참여위원회를 꾸려 아이들 목소리를 정책화하고 있다.

강서구 3기 아동참여위원들이 1년 활동을 정리하는 정책보고회를 열었다. 사진 강서구 제공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18명, 고등학생 18명까지 총 23명이 참여한 3기 아동참여위원회는 '가온GS(강서의 중심)'라는 이름을 내걸고 5개 분과위원회 활동을 해왔다. 4기 위원회가 꾸려진 이달 정책보고회를 열고 1년 성과를 정리했다.

초등분과 주제는 또래들 관심이 쏠리는 급식. 학교별 급식, 아이들이 원하는 급식정책은 어떤 것인지 조사하고 주제와 어울리는 만화·그림을 찾아내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곁들였다. 안현민(내발산초 5) 학생은 "어떤 날은 급식이 맛있고 다른 날은 그렇지 않아 왜 그런지 궁금했다"며 "다들 고기를 좋아하는데 제대로 익히지 않고 나오기도 한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들이 내린 결론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 스스로 급식을 평가하자는 것. 특히 학교별로 급식 대결을 펼쳐 맛 경쟁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준서(등현초 6) 학생은 "자료조사도, 분과위원들이 모이기도 힘들었지만 교육청 정책에 반영되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분과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온라인 교육과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정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출산양육지원금이나 초등학교별로 운영하는 누리집 회원가입에 앞서 부모들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고 청소년들도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시간을 확대하자는 게 핵심이다.

교육분과와 복지분과는 다양한 진로·직업체험 기회 제공과 학교 내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주제로 잡았고 문화분과는 실내체육관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주제를 선정한 배경부터 정책이 실현될 경우 기대효과까지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 노현송 구청장을 비롯한 관계 부서 공무원들 설득에 나섰다.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귀 기울여 듣고 정책 반영여부를 가늠한다. 학교별 급식 대결과 안심귀가 스카우트만 해도 교육청과 서울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앞서 활동한 1·2기 위원들 제안 가운데도 지역 문화축제 홍보방법 개선, 동주민센터 청소년 프로그램 홍보 강화 등이 일부 반영됐다. 훼손된 금연구역 표지 스티커, 청소년 공부방 이용 활성화 제안도 '반영구적인 금연 표지판'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도우미 운영'으로 현실화됐다.

학생들에게도 1년간 활동은 단순한 기록 이상이다. 배서연(공항중 3) 학생은 "제안이일부라도 반영돼 뿌듯하다"며 "위원회 활동을 하다보니 강서구 행정이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주(화원중 1) 학생은 "다른 분과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게 아쉽다"며 "이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3기에 이어 올 한해는 4기 45명이 활동할 예정이다. 다문화가정 아동과 학교 밖 청소년 등 7명도 포함돼있어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에 담길 전망이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해 참여권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10대인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됐듯 아이들의 작은 노력이나 말 한 마디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독려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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