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1월' 1973년 이후 가장 따뜻 … 0.5℃만 올라도 매개감염병 위험 커

2020-02-04 11:03:35 게재

기상청, 기온 극값 경신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1월은 한반도 기상역사를 다시 쓴 달이라 표현될 정도로 따뜻했다. 2~7월 역시 전 지구적으로 평년(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보다 기온이 높을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는 인간 보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 따르면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일부 매개체 감염 질병 리스크는 지구온난화가 1.5℃에서 2℃로 상승하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높은 신뢰도).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될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UNF CCC)에서 작성을 요청한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수준 대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했을 때의 영향, 상승 폭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등을 다룬 것이다.

집필진 91명이 참가해 2년여에 걸쳐 전 세계 연구자료 6000건 이상을 토대로 작성했고 전 세계 정부와 과학자들로부터 검토 의견 4만2000여건을 받아 수정했다.

실제로 기온은 매개동물에 의한 전염병 발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기후요인으로 꼽힌다. 기온이 높아지면 매개동물의 생존능력이 향상되는데, 특히 모기와 같은 짧은 주기의 생애를 갖는 경우 영향이 큰 편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가 성충이 되는 비율을 증가시키고 발육기간을 단축시킨다. 또한 알의 수도 증가돼 결과적으로 모기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e내일신문 "한반도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기획 시리즈물 참조>

◆"한반도 기상 역사 다시 쓴 1월" = 4일 기상청은 1월 기상 특성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기상역사를 다시 쓴 따뜻한 1월'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1월 전국 평균 기온이 새해 첫날을 제외하고 평년 보다 높고 전국 평균 기상 통계를 처음 낸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2.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년보다 3.8℃ 높은 수치다. 평균 최고기온(7.7℃)과 평균 최저기온(영하 1.1℃)도 동시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약한 시베리아 고기압과 잦은 남풍 기류 때문에 1월이 특히 따뜻했다"며 "1월 6~8일과 22~28일에는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남풍 기류가 유입되어 전국에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겨울철에 발달하는 극 소용돌이(겨울철 북극 지역에 중심을 두고 발달해 찬 북극 공기를 머금은 저기압 덩어리)가 예년에 비해 강해 제트기류가 북상,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면서 따뜻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아열대 서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내외로 높아 우리나라 남쪽에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로 따뜻한 남풍 기류를 유입시켰다.

◆4월까지 기상이변 일으키는 엘니뇨 지속 = 적설 역시 평년보다 적었다. 우리나라 주변 기온이 평년보다 매우 높았고 약한 시베리아 고기압으로 인해 서해상의 해기차(해수면과 대기의 온도차)에 의한 눈구름대 생성이 약해 1월 적설이 하위 1위를 기록한 지점이 많았다.

APEC기후센터(APCC) '기후&엘니뇨-남방진동(ENSO)' 전망에 따르면 2월에서 7월까지의 예측 기간 동안 전지구적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전망이다. 특히 아열대 북태평양, 아열대 북대서양, 서인도양이 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동안 서인도양과 북위 5°~15° 중앙 태평양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2~4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5~7월 적도 동태평양에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다소 낮을 전망이다. 때문에 2월에서 4월까지 약 44%의 확률로 약한 엘니뇨 상태가 지속되다가 5월에서 7월까지 ENSO 중립 상태의 확률이 점차 증가해(~48%) 엘니뇨 혹은 라니냐 발생 확률이 보다 우세할 전망이다.

ENSO는 태평양 적도 해역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변동을 나타낸다. 수온이 오를 때는 엘니뇨, 내릴 때는 라니냐를 유발한다. 엘니뇨는 2~7년마다 봄에 수온이 오르기 시작해 초겨울에 절정을 맞는다. 세계 곳곳에 이상 한파나 더위, 홍수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엘니뇨가 끝나면 대기가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면서 정반대로 수온이 내려가 이듬해 가을에 라니냐가 이어지며 또 다른 이상 기후를 몰고 온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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