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금융투자서비스, 어디까지 진화했나

빅데이터 활용으로 예측오류 최소화

2020-02-20 11:47:31 게재

다양한 상품 출시로 자산관리 문턱 낮춘다

서비스 차별화,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달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대면 증권계좌가 확산되는 등 MTS(모바일시스템트레이딩)가 대중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주식거래는 물론 랩이나 ETF(상장주식펀드)쪽으로 확대하며 디지털 자산관리 대중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커지고 인공지능 자산관리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상품 출시와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단순 종목 추천에서부터 투자자문, 집합투자에 이르기까지 분야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관련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쏟아지는 인공지능 서비스 간 차별화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며 영역별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발굴 및 축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예측률 87% = 20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출시한 '신한 NEO AI 펀드랩'과 '신한BNPP SHAI네오(NEO)자산배분 증권투자신탁'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강화학습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 이 상품은 신한금융이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인공지능(AI)도입의 첫 결과물이다.

신한금융은 최신 디지털 혁신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 'NEO'개발을 시작했다.

신한 NEO AI 펀드랩에 탑재된 투자자문 플랫폼 NEO는 과거 30년 이상의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금융시장을 예측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해준다. 인간의 판단이 배제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시장 상황에 가장 적합한 펀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달 함께 출시된 '신한BNPP SHAI네오자산배분 펀드'는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해 선진국 자산(주식, 채권) 및 금에 대한 자산배분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AI 모델에 따른 의사 결정으로 인간의 실수를 최소화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네오의 개발에는 IBM이 공동 참여했다. IBM 인공지능 솔루션인 왓슨 익스플로러(Watson explorer)를 활용해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구현한다. 네오는 딥러닝으로 학습하는 AI로 과거 30년치 금융 분야 정형 데이터 43만개와 전문가 블로그 등 심리·정책 변수에 관한 비정형 데이터 1800만개를 분석해 스스로 장·단기 시장을 예측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에 따르면 네오의 시장 예측률은 87% 정도로 인간이 내는 성과 이상의 예측률을 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 26만개 펀드 중 투자하는 펀드를 분석해 우수한 펀드를 선별, 글로벌 투자기회를 포착한다. 투자 지역별 (선진국+신흥국+금, 총 14개 카테고리) 펀드 랭킹을 기반으로 투자 가능한 최적의 펀드 Pool을 총 50여개로 구성하여 과거 시장 분석, 현재 금융 시장 진단, 펀드 성과 분석 등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되며 2개월 단위 리밸런싱을 시행한다.

두 달 마다 한번씩 있는 펀드 리밸런싱은 철저하게 네오 AI의 결정에 맡긴다. 투자결정에서 인간의 판단은 배제한다. 인간의 감정 개입을 최소화 하고 일관성 있는 원칙을 유지하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펀드 풀을 정기 점검하고 업데이트를 시행하는 것이다.

◆딥러닝·강화학습으로 자산가격 예측률 향상 = 이렇듯 최근 들어 인공지능은 전 산업에 걸쳐 도입·활용되고 있으며 금융 산업, 특히 자산운용분야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자산운용의 핵심기능은 자산가격의 예측과 분산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고객 상황에 기반한 맞춤형 자산운용이며 각 기능별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가장 광의의 개념으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머신러닝보다 한 단계 발전된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 딥러닝(Deep Learning) 및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머신 러닝은 경험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고 예측을 수행하고 스스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시스템과 이를 위한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구축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은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로 많은 데이터를 분류해서 집합들끼리 묶고 상하관계를 파악하며 미래상황을 예측한다. 강화학습은 경험을 누적해 시행착오를 줄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최적인지 학습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자산운용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부문은 자산가격 예측"이라며 "특히 최근에 떠오르는 인공지능기술은 근본적으로 예측의 정확도 향상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은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머신러닝을 통한 예측력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 처리 등의 인공지능 기술은 예전에 활용하지 못했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예를 들어 시시각각 변하는 대량의 인공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특정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정보를 발굴할 수 있고, SNS에서 드러나는 소비자 심리를 분석해 특정 제품이 해당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데이터로 포착할 수 없었던 이러한 정보는 특히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중요한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해 자산가격의 예측력을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배진수 신한AI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기법은 투자의사 결정과정에서 편향성과 오류를 최소화하고 방대한 양의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로 맞춤형 서비스 =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 기법은 최적화(optimization)와 자동화(automation)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합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확산은 그 동안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에 국한되었던 맞춤형 자산운용 서비스를 일반 대중에게까지 문호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체결허용, 위탁운용 등 규제환경이 개선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본연의 기능인 자산관리기능이 이전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설문을 통해 고객의 위험성향이나 자금계획, 재정상황 등을 파악한 다음, 고객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보통 포트폴리오는 ETF나 일반 공모펀드 등으로 구성되며 분산투자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폭넓게 투자한다. 앞서 제시한 자산운용의 세 가지 기능 중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고객 맞춤형 자산운용 기능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제공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존 투자일임이나 프라이빗뱅킹과 다른 점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수의 고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다각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에서 정형화된 설문 문항으로 수집할 수 있는 고객 정보의 형태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개별 고객이 처한 세부적인 상황들을 일일이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권 연구위원은 "AI 서비스를 고를 때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한 변동성을 관찰하면서 최적의 방어를 해나가는 상품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잘 판단하고 급변동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모델을 적용해 위험조정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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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야 시황 좀 알려줘 … 종목 추천해 줘"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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