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강경화 장관의 무책임 발언 유감

2020-03-05 11:29:22 게재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4일 국회 발언을 보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한 강 장관의 견해를 묻자 나온 답변 내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여러 나라 장관과 통화했는데 '스스로의 방역체계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에 (입국 제한을) 한 것이고, 한국과의 우호 문제와는 정말 관계가 없다', '하루속히 상황이 정상화돼서 제한 조치를 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국을 대표하는 외교수장의 입에서 전혀 비외교적 언사가 나온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오후 10시 현재 한국인의 입국금지와 제한을 하는 국가와 지역은 모두 95개에 이른다. 유엔회원국 193개국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국가는 36개, 일부지역에 대한 입국금지는 4개국으로 모두 40개 국가가 입국금지조치를 내렸다.

격리조치나 검역강화 등은 제외한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한민국 외교수장이 '능력 없는 국가의 투박한 조치'로 폄훼한 것이다.

외교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빌미를 줄 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정부가 취해왔던 정책방향과도 거리가 멀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달 4일부터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이 있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강 장관 표현대로라면 대한민국 역시 방역능력이 없어서 투박한 조치를 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전 세계의 입국제한 조치 등에 대한 정보전달을 신속하게 하지 않아 많은 민원과 불만을 야기했다. 우리를 경악케 했던 베트남 당국의 비행기 회항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이 돼서야 세계적인 입국제한 상황 등을 종합하고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강 장관은 해외출장을 가고 남은 외교부 공무원들은 코로나19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동안 해외를 오가는 국민들이 겪은 불편과 어려움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조차 표시한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강 장관의 이번 발언은 단순 실언이라기보다는 실력부족이다. 국민공감대 부족으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국민들 마음에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

이웃 나라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공들였던 외교관계를 무참하게 평가절하 했다.

이것이 단순 실수로 치부될 수 있을까. 어설픈 정부옹호 논리를 펼치다 국민반감만 부추겼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강 장관 태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직사회에서조차 외교부가 종종 딴나라 공무원들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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