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극복과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2020-03-05 12:23:22 게재
최영진 한양대 ERICA 전자공학부 교수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경미한 것부터 엄중한 것까지 다양한 장애를 겪는다. 사실 장애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생기면 장애회복을 목표로 다양한 재활활동을 하게 된다. 둘째, 장애가 발생한 개인의 사회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게 사회 인프라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추구한다. 다시 말해 보통 장애가 발생하면 처음에는 장애극복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추후 장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회적 조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다.

분리·보호에서 활동·참여로 관점 변화

최근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면서 ‘활동과 참여’를 더 중요시하게 됐다. 장애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기능이 손상을 입어도 일상의 경제활동을 영유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 활동 참여를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사회활동 및 경제활동에 제한을 주지 않도록 우리 주변 환경을 재구성해야 한다.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기능 및 능력의 장애가 생기고 이로부터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밖에 없다는 과거의 인식을 뛰어넘어야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장애가 발생하면 그들에 대한 분리와 보호만이 대안인 것처럼 생각했다. 현재는 장애가 발생한 사람들에게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제한적일지라도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 참여를 추진한다. 분리와 보호가 아닌 활동과 참여를 보다 중요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지역사회 활동과 참여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사회통합 정책들이 필요하다.

사회현상의 미래를 예측할 때 공학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 변화를 시간 순으로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장애를 분리와 보호라는 시각에서 바라봤다. 지금은 훈련과 교육를 중시하며 지역사회 활동 참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럼 미래는? 아마 과학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장애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극복하고 기존 능력을 넘어서려는 노력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형식의 인간을 정의하려고 할 것이다.

장애극복을 넘어 인간의 신체적 지적 능력향상을 목적으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 부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의 주인공 알리타처럼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신체적 또는 인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트랜스휴먼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체를 모사하는 바이오닉스 기술을 통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다. 그리고 인간의 신경과 기계센서를 연결하는 연구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신체 일부와 대체된 기계에 전달하고 기계의 센서신호를 인간(뇌)에게 전달한다. 미래에는 이런 인터랙션(interaction)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장애극복’ 아닌 ‘인간 능력향상’

이런 관점에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학문간 융합기술을 주제로 삼은 ‘인간중심 융합연구’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손상을 뜻하는 장애라는 용어보다 인간 능력향상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