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정치'보다 '기득권 후보' 평가?

2020-03-11 11:05:21 게재

민주당 단체장 출신 대부분 공천 탈락

홍미영·김윤식, 공관위 결정 번복 논란

통합당은 서울·인천 전멸, 경기도 선전

4.15 총선에 도전장을 낸 전직 기초단체장들이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높은 인지도 등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평가됐지만 당내 후보 경선에서 패하거나 공천대상에서 배제됐다. 일부 예비후보는 당내 공천과정에서 원칙이 번복되는 등 불합리한 결정이 이뤄져 반발하고 있다.

단체장 출신 예비후보들이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 대해 '풀뿌리 정치'를 실현할 새 인물이란 평가보다 지역 내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진 탓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즉 '여의도 중심'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한 전직 기초단체장들은 모두 41명에 달한다. 경기도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7명, 인천 5명 순이다. 이들 가운데 현재 공천이 확정된 예비후보는 10명 뿐이다. 민주당의 경우 서울에서 경선을 통과한 김영배(성북갑) 이해식(강동을) 2명, 경기도 양기대(광명을), 인천 조택상(중구강화옹진) 각 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통합당의 경우 서울·인천에서는 아무도 공천받지 못했고, 경기도에서 이필운(안양만안) 공재광(평택을) 박주원(안산상록갑) 정찬민(용인갑) 조억동(광주) 김선교(여주양평) 6명이 공천됐다. 아직 경선을 앞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역의 공천이 확정됐다.

전직 단체장 출신 예비후보들은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고 있어 선전이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우섭 전 인천 남구(미추홀구)청장은 경선에서 청와대 행정관 출신 남영희 후보에게 패했고, 김만수 전 경기 부천시장은 서영석 전 도의원에게 패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재선 구청장 출신 후보들이 정치 신인들에게 패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광주 동남갑 민주당 경선에서 최영호 전 남구청장이 윤영덕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광산을 경선에선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이 박시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 각각 패했다.

다만 민 전 구청장은 '당원명부 과다 조회'를 이유로 재심을 청구해 재경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민 전 구청장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의 벽을 넘지 못한 곳이 있다. 김우영(서울 은평을) 전 은평구청장은 강병원 의원에게 패했고 강범석 전 인천 서구청장은 이학재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공천배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유영록 전 김포시장과 김선기 전 평택시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과 김윤식 전 경기 시흥시장에 대해서는 "공천과정에 중진 의원들이 개입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전 구청장은 지난달 21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단수공천을 했지만 이를 뒤집은 바람에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과 경선을 치른 결과 패했다. 이 과정에서 송영길·홍영표 등 중진의원들의 개입설이 나왔고 홍 전 구청장이 경선 직전 "중진 의원들은 경선 개입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윤식 전 시장이 출마한 시흥을의 경우 공관위가 3인 경선을 결정했지만, 최고위에서 조정식 현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김 예비후보와 이 지역 권리당원들은 9일 법원에 공천 무효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유권자들이 전직 단체장들을 풀뿌리 정치를 할 참신힌 후보로 받아들이기보다 지역 기득권 세력으로 바라본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들과 경쟁관계인 현역 국회의원들의 카르텔을 깨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태영 김신일 홍범택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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