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종북" 기사 낸 인터넷언론, 패소

2020-03-13 11:45:32 게재

법원 "허위사실로 명예훼손"

"변호사가 종북활동, 반대한민국적 활동을 벌여왔다"는 기사를 작성한 인터넷언론사에게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정동주 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법무법인 향법 소속 변호사 13명이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향법 대표인 A변호사에게 300여만원, B변호사와 C변호사에게는 각각 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인 주식회사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는 인터넷 신문 '미디어워치'를 운영하고 있다.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고 있는 황 모씨는 2016년 12월 미디어워치 편집부 명의 인터넷 기사에 "그(A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단순히 친북인사들에 대한 변호 활동만을 넘어서 'KAL기 폭파범 김현희 가짜설'을 유포하기도 하는 등 각종 종북활동, 반대한민국적 활동을 벌여오기도 했다"는 보도를 했다. 이어 2017년 9월에는 "향법은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에 있어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활동을 해 온 종북 인사인 A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이다"라는 기사도 썼다. 관련 변호사들은 허위 사실이라며 2017년 11월 미디어실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변호사가 그런 주장을 하는 피고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을 뿐임에도 허위사실을 기재해 A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이어 법원은 B변호사와 C변호사에 대한 황씨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그는 2017년 9월 B변호사와 C변호사에 대해 "종북세력들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인사"라는 기사를 썼다. 법원은 "B변호사와 C변호사가 민변 활동을 한다거나 향법 소속이라는 이유 등만으로 '종북세력들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인사'라고 기재한 것은 경멸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표현으로 변호사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나 기사 중 '종북', '종북 변호사 모임', '간첩 변호 전문', '종북 로펌 소속 변호사'라는 표현들에 대해서는 원고 변호사들의 인격권을 침해할 만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한 '의견의 표명'으로 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변호사들 사진을 인터넷 기사에 게재한 것에 대해 "공개된 사진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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