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보면 강남집값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약 40% 하락

2020-03-23 10:47:57 게재

금융위기 직전 고점회복까지 10년 2개월 걸려

“코로나19 위기는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 전망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사진).

1979년 8월 입주를 시작한 4424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다. 지금은 사라진 한보주택이 시공한 이 아파트 분양가는 2092만원(전용 76㎡ ), 2339만원(84㎡ )이었다.

2019년말 실거래가 21억원, 호가 24억원에 달했다. 40년 만에 100배 오른 셈이다.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 네이버 캡처


은마아파트가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20년째 답보상태다. 대치동 일대가 사교육 1번지로 떠오른 것도 아파트 명성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소위 ‘학세권’ 프리미엄이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강남 아파트값은 그리 높지 않았다. 1988년 88올림픽 전후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상승 랠리의 시작이다. 그러나 부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파른 상승세 속에서 두번의 대폭락을 겪었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와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은마아파트 역시 피해 갈 수 없었다.

먼저 외환위기를 보자. 은마아파트는 1988년 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상승을 지속해 1997년 11월엔 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10여년 만에 3배 이상으로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1998년 10월 1억8500만원까지 추락했다. 집값의 1/3(31.5%)이 약 1년 만에 날아갔다.

국가부도라는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가 주택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김대중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부동산 규제완화가 뒤따랐다. 아파트 가격도 다시 꿈틀거렸다.

2000년 2월(2억7500만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년 3개월 만이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2003년 초 노무현정부로 바뀌면서 아파트 가격은 꼬삐풀린 망아지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 2월 13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당시 1998년 10월 저점이후 8년 4개월간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승률 741%(연평균 89.3%)였다.

그러다 두번째 위기를 맞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또다시 곤두박칠쳤다. 2007년 2월 고점 이후 2008년 12월 10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1년 10개월 만에 3억2000만원(23.4%) 빠졌다. 이후 일시적 반등후 다시 8억6000만원(2013년 1월)까지 떨어졌다.

또다시 3년 4개월 만에 3억9000만원(31.2%) 하락한 것이다. 결국 2007년 2월~2013년 1월까지 5년 11개월간 떨어진 가격이 5억1000만원(37.2%)에 달한다. 다시 은마아파트가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17년 4월(13억6000만원)까지 10년 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2013년 1월 저점을 찍은 이후 2019년 12월(23억5000만원)까지 약 7년간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집값이 무려 14억9000만원 올랐다. 상승률 273%다. 외환위기 이후 상승기(741%)의 1/3 수준이지만 절대액으로는 3억500만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2019년 말 호가는 24억원까지 치솟았다. ‘금마아파트’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제 두번의 침체기를 지나온 아파트시장에 세번째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부동산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은마아파트도 올들어 집값이 빠지기 시작했다. 1월 23억원, 2월엔 22억4000만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낮게는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등장했다. 두달새 2억원 하락했다. 3월엔 소위 ‘거래절벽’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신고된 거래가 없다. 거래중단은 주택가격 침체기를 보여주는 주요 징표다.

이태경 토지+자유 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불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도 내던지는 마당에 한국 부동산만 오르는 기적이 가능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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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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