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집값거품 꺼지나

2020-03-23 12:19:45 게재

심리적 지표인 ‘호가’ 이미 하락

2~3개월 후 주택시장 시련기 시작

“2008년보다 더 심하게 추락할 것”


세계경제가 코로나19 패닉에 빠지면서 집값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7년간의 상승세를 이어온데다, 거품이 많이 낀 상태다. 주택시장이 붕괴되면 그만큼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단지마다 견고하게 유지되던 ‘호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17억원이던 호가가 1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용 99㎡는 19억5000만원에서 18억원으로 하락했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97㎡도 15억5000만→14억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호가 하락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이미 아파트 가격하락세는 시작됐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아파트 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0.01%)·서초(-0.03%)·송파(-0.08%) 등 강남3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주에는 지난해 3월말 이후 약 1년 만에 강남4구(강동구 포함)가 일제히 하락으로 돌아섰다.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강남지역에서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억원에 거래된 송파구 잠실리센츠(전용 84㎡)는 올해 3월 16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3개월 전 26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리체(84㎡)도 지난달 21억 7000만원에 팔렸다.

주택시장 침체 가능성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위기가 장기회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시장을 더욱 옥죄고 있다. 보유세 강화(공시가격 및 종부세율 인상), 대출규제 강화(15억 초과 LTV 금지 등) 등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유주택자 부담이 가중되고, 수요자 손발은 묶인 셈이다. 경제불황에 대한 우려로 개인과 기업이 현금보유를 늘리는 것도 주택시장엔 악재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앞으로 2~3개월 후부터 서울 주택시장에 시련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통상 경제침체 여파는 금융에 먼저 오고 부동산은 6개월 가량 뒤따른다”며 “이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홀로 상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코로나19가 몰고올 충격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2008년 주택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강남 아파트의 대명사격인 은마아파트가 좋은 예다.

당시 5월 12억6500만원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84㎡) 실거래가가 2013년 1월엔 8억3000만원(34.4%)까지 낮아졌다. 은마아파트는 금융위기로 저점을 찍은 뒤 7년간 상승곡선을 탔다. 그러나 코로나19위기로 2008년보다 더 심한 추락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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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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