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학습병행법 시행, 청년 고용·노동생산성의 질적 성과 기대

2020-03-23 11:18:50 게재
안세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강소기업경영학과

지난해 제정된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일학습병행법)이 8월 28일 시행된다. 일학습병행법에 따라 한국사회는 직업교육훈련의 역사적 전기를 맞이한다. 일학습병행은 2014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시행착오를 겪으며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비바람을 견디며 꿋꿋하게 자라날 수 있을지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 일학습병행법의 시행 전과 시행 후는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을까.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까지 약 1만5000개 기업과 약 9만명의 학습노동자가 일학습병행에 참여했다. 학습기업은 대부분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95.8%)이며, 학습노동자는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을 앞둔 재학생(24%)과 1년 미만의 입직자(76%)다. 정부는 청년들의 직업교육훈련을 위해 일학습병행의 주도권을 쥐게 됐으며, 중소기업들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받고, 취업에 힘겨운 고졸자나 대졸자들은 일자리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대기업은 주요 참여자가 아니었다. 한국사회의 고학력 인플레이션은 고비용을 지불하며 취업조건을 갖춘 인력을 대기업에게 제공해 왔다. 우리나라의 일학습병행이 기업이 아닌 정부주도형이 된 것은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문제에서도 우리 기업과 교육기관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데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이나 기업 그리고 노조나 정부 등 어느 일방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이는 우리사회의 교육과 노동시장의 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출발한 일학습병행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현장훈련 인프라 구축, 기업현장교사 양성 문제, 그리고 학습노동자의 중도탈락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일학습병행은 한국사회의 청년고용문제를 감당하는 대표주자가 됐다. 역사의 진보는 늘 그렇듯 숨겨진 자들의 몫이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느 정책당국자와 어느 경영자의 결단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습노동자와 기업현장교사 그리고 지원기관들의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쏟은 땀과 수고가 있었다. 또한 일학습병행의 단기적 성과보다는 당위성을 더 중히 여긴 어느 국회의원의 식견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숨겨진 헌신으로 일학습병행은 지속가능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일학습병행법의 시행을 앞두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책임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정부당국은 일학습병행 성과관리를 위한 핵심지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그 핵심지표에는 학습기업 선정기준의 적절성, 기업현장교사의 전문성, 훈련과정의 품질 그리고 학습노동자의 학습성과 등이 포함된다. 이런 단기적인 지표관리와 함께 학습노동자가 기업의 미래인재로 성장하고 그들이 취득하는 일학습병행 자격이 사회에서 대우받는 국가자격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일학습병행이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제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편 국내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이 본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최근 시행하고 있는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인 아우스빌둥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독일 기업들은 직업교육훈련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그 비용도 기업이 감당한다. 우리가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사회 맥락에서 독일식 직업교육훈련이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국가가 직업교육훈련의 비용을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만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한가라는 질문을 우리 기업과 사회에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 실시됐지만 시행착오와 경험은 일학습병행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다. 일학습병행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청년고용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창출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