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발행 코스닥기업 현금상환 요구에 '전전긍긍'
올해 만기도래 1조5548억원 … 현금 상환시 중소기업 재무부담 가중
일시 상환 몰리거나 차환 발행 막힐 경우 채무상환 불이행 발생 우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CB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보다 만기 때 현금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차환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라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도 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차환발행이 안 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까지 만기금액 1조원 넘어 = 26일 채권·자산관리 금융정보시스템 본드웹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이 몰려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CB 만기 도래 금액은 이날부터 올해 연말까지 총 208건에 1조5548억원에 달한다. 특히 8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B는 1조856억원이다.
문제는 CB 만기시 현금상환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면 많은 기업들의 자금난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 유보자금으로 상환할 경우 채무기업 재무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고, 차환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보다 낮은 전환가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전환사채보다 주식수 증가에 따른 희석요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가진 자금조달로 CB 투자 당시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자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주식으로 전환하기보다 투자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상환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코로나발 위기로 주가가 대폭락한 상황이다. 또 전환사채의 전환에 따른 주식수 증가와 전환된 주식의 오버행으로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이틀간은 정부의 부양책 약발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증시변동성은 크다. 코로나19확산이 멈추지 않는 이상 증시는 널뀌기 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금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현금상환을 위해 추가 CB 발행 등 돌려막기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 메자닌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만기는 속속 돌아오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CB는 신용등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대출이나 회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기업들이 이용한다. 따라서 차환 발행이 막히면 CB 디폴트(채무상황 불이행)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후 발행된 CB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후 CB발행 종목 주의 = 코스닥 상장사 CB는 2018년 4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급증했다. 당시 정부는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코스닥벤처펀드 자산 가운데 15%를 CB처럼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를 고려할 경우 이러한 전환사채들을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나온 CB를 잘 살펴봐야 한다"면서 "CB만기일이 다가와 빚을 갚거나 차환 발행해야 하는 곳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가가 전환가를 상회해 전환청구가 가능한 전환사채 건 수는 전체 비중의 약 33%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B 등을 묶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유동화하는 등 정부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량 회사채에 비해 CB 발행 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차환이 안 될 경우 금융시장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