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청소년 성매매알선에 대한 기소재량과 제언

2020-04-06 11:43:13 게재
천주현 형사법박사 형사전문변호사

검찰은 아동·청소년성매매알선행위에 대해 어떤 경우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위반죄로 기소하고 어떤 때에는 성매매처벌법위반죄로 기소한다. 이러한 원인은 무엇일까.

검사는 기소재량권을 갖고 있어 적용법조를 선택해 임의대로 기소할 수 있다. 판사는 검찰의 기소재량에 구속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불고불리 원칙이라고 한다. 검찰이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면 법원이 마음대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아동청소년성매매 및 알선과 관련해, 정황과 증거를 통해서도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이는 사건에서 아청법위반죄 대신 성매매처벌법위반죄로 기소하는 경향이 있다. 아청법 무죄를 피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대상아동의 발육상태, 사건당시 복장 및 화장 상태, 언행을 감안해 아청법상 성매매 내지 알선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왔고, 검찰은 이러한 판례를 숙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에서 피고인이 청소년을 성인으로 인식했다고 보여질 때에는 비록 처벌형량이 낮더라도 부득이 성매매처벌법으로 기소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소 관행은 자칫하면 아청법 적용을 쉽사리 회피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아청법상 성매매알선죄로 기소해 증인신문 등 심리의 경과를 지켜보다가 무죄가 선고될 사정이 발견되면, 소송 중 성매매처벌법위반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옳다.

한편 아청법상 성매매알선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별도의 공소장 변경 없이 법원이 축소사실 내지 법률평가만을 달리하는 경우로 보고 성매매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는 하급심 판결에서 확인된다. 공소사실과 구성요건을 달리하지만,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평가된 사실을 '축소사실'이라고 한다. 2014년 4월 서울고등법원은 검찰이 아청법위반죄로만 공소제기하고 공소장변경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 직권심판의무를 발동해 그보다 경한 축소사실인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알선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파기됐지만, 공소장변경 필요성 및 축소사실인정과 관련된 법리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청법상 성매매알선죄로 공소제기된 자가 청소년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검사가 성매매처벌법상알선죄로 공소장변경을 하지 않았더라도,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를 적용할 수 있으므로 법원은 축소사실인 성매매처벌법위반죄로 유죄 판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검찰은 아청법위반죄로 기소한 후 무죄가 선고될 상황이 발생하면 소송 중 성매매처벌법위반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거나 교환적으로 변경하면 된다. 법원도 검찰이 아청법위반죄로 기소한 사건을 심리하던 중 아청법위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면 직접 축소사실인 성매매처벌법을 유죄로 인정해 처벌할 수 있다.

어느모로 보나 검찰이 미리부터 아청법상 성매매알선죄라는 중한 죄를 놔두고 경미한 성매매처벌법상알선죄로 위축된 공소권을 행사하는 것은 피해자보호 내지 재범방지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의 통일적 기소기준 정립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