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수에즈운하 대신 멀리 희망봉 돌아

2020-04-17 12:35:12 게재

선박연료 가격폭락

‘선복과잉’ 해소 방안

세계 3대 해운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 ‘CMA CGM’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멀리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 석유전쟁으로 저유황유(유황 함유량이 낮은 선박연료유) 가격이 폭락하자 운하통행료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국내 선박관리회사 관계자는 17일 “이같은 항로변경은 저유가에 더해 코로나19로 해상물동량이 줄면서 생긴 선복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정보서비스기업 노르만글로벌(Norman Global Logistics)이 최근 전한 소식에 따르면 1월 초 700달러 에서 현재 200달러대로 저유황유 가격이 폭락해 더 많은 선사들이 CMA CGM항로에 가입해 수백만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돌아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으로 항해 중인 CMA CGM 알렉산더 험볼트호는 항해거리가 3000해리(5500km) 더 늘어나고 속도를 더 높여도 항해기간이 5일 추가된다. 연료유 사용은 1000톤 늘어난다. 추가비용은 20만 달러다. 하지만 운하통행료 40만~ 50만달러를 절약한다.

항해기간이 길어지면서 추가 확보해야 하는 선박은 수요감소로 여유가 생긴 선박을 활용할 수 있다. 수에즈운하 통행료를 피하기 위해 항로를 재구성해 희망봉을 돌아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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