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교별 격차 극복이 우선"

2020-04-20 10:57:26 게재

오늘부터 초중고 540만명 원격수업 … 교육부 가이드라인 무색

"일시적인 온라인 접속장애보다 더 심각한 것은 원격수업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원격수업 시작과 동시에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학교와 교사에 따라 큰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시 한 초등학교 교장이 원격수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원격수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등교수업 대비, 적합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시적인 접속장애보다, 아이들을 수업에 몰입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운용에 원격수업 성패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세종시 한결초등학교 원격수업 현장을 찾았다. 원격수업과정과 교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사진 교육부


오늘 초등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에 합류하면서 초중고학생 약 540만명 모두가 온라인 출결과 원격수업을 듣게 됐다. 초 1∼2학년은 컴퓨터 대신 EBS 방송을 시청하고 학습꾸러미로 공부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단체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공백과 수업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사들의 준비정도에 따라 학생들의 참여도나 집중력 차이가 크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대면수업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는 학교들도 많다. 교사들의 수업 시스템 구축으로 원격수업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고 있다. 대전죽동초교 권대웅 교사는 인성과 놀이교육을 원격수업으로 진행했다. 권 교사는 "원격수업용 인성과 놀이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적용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를 타 교과와 연계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전교육청은 이미 초등 1.2학년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대전형 학습꾸러미'를 만들어 전국 17개 교육청과 공유했다. 저학년 원격수업 접속 불안 해소와, 학습공백을 막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초등 1~2학년 학생들은 EBS 방송을 시청한 뒤 학습지에 담긴 내용에 따라 순서대로 공부하면 된다.

학교생활이 처음인 1학년 학생들을 위한 학습꾸러미에는 교실에서의 생활방법, 횡단보도 건너기 등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경기도 포천이동중학교는 원격수업에 앞서 교원 연수에 집중했다. 교사들은 협력·융합수업 모델을 만들어 공유했다. 역할분담과 협력교사 팀티칭, 실시간 공유와 협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교육부가 제시한 구글클래스룸을 통해 과제형, 콘텐츠형, 쌍방향 수업을 혼용하여 수업, 개별 피드백 원칙으로 학생 참여를 높여 나갔다.

충북 원평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교사 시범과 설명을 듣고 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쌍방향 수업을 통해 동아리활동과 모둠별 수업을 구현해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실시간쌍방향 수업과 과제제시형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오프라인 활동으로는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자동차 만들기 키트를 활용했다. 전남 광주 서강고는 원격수업 시범학교로, 교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다양한 연수를 통해 구글클래스룸, 유튜브 사용법 등을 공유한다. 이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학습관리시스템으로 연계된다. 원격수업 도중 오류가 발생하면 즉시 SNS를 통해 소통체널을 만들어 운영했다.

대안학교인 경기 밀알두레학교 교사들도 원격수업 역량을 강화했다. 서버·인터넷통신을 증설하고, 교사들은 원격수업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홈페이지는 구글사이트와 줌(ZOOM)을 통해 링크,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중 서버중단이나 큰 장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원격수업은 시도교육청과 학교장이 교육과정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들 학교는 온라인 개학 후 특별한 장애나 어려움이 없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범위 안에서 원격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등교수업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

◆ 부실한 원격수업, 아이들 학원으로 = 반면, 출결만 확인하고 EBS 교육프로그램 시청을 제안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 송파구 김진영(가명.고교 1학년)군은 "학생들은 출석만 하고 인강을 듣거나, 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 역시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교육계 반응이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는 접속 불량이다. 교육부는 19일 원격교육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인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에 대한 집중 점검과 접속 장애에 따른 대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는 2주 동안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시적 장애를 겪었다.

한편, 질본 등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16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따라서 등교수업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학생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등교수업을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원격수업 병행 가능성도 제기했다.

서울 잠실 한 고교 교장은 "시도교육감 관심에 따라 온라인 수업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원격수업을 등교 대면수업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안된다. 등교수업에 대비 기초학력과 가정 및 사회적 활동 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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