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 ETN(상장지수증권) 시총 1544억 증발

2020-04-28 12:23:16 게재

거래재개 직후 급락 … 또 거래정지

반등하던 국제유가 또다시 폭락세

전문가 "원유선물상품 위험 여전"

이상과열 현상으로 거래 정지됐던 레버리지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4종이 거래재개 직후 일제히 폭락했다.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도 나왔다. 이날 급락으로 ETN 4종 시가총액은 하루에 1544억원이 증발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관련 ETN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한가 속출 =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원유선물 ETN은 전 거래일 대비 60% 하락한 835원에 거래를 마쳤다. 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도 전 거래일 대비 60% 떨어진 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 상품은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개인투자자의 매도 주문이 쏟아지며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거래가 중단된 동안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고 기초 자산(유가)과 시장 가격(ETN 주가) 간 괴리율이 치솟으면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WTI 선물가격이 다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전 거래일 대비 52.31% 떨어진 310원에 거래를 마치고,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는 20.63% 하락한 1270원에 마감했다. 이들 상품은 거래정지기간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상품에 비해 짧아 묶였던 매도세가 비교적 약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급락으로 하루 새 4종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 시가총액은 1544억원이 증발했다. 지난 20일 높은 괴리율로 거래가 정지됐던 이들 상품은 이날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기초지표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여전히 상승하면서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3거래일간 거래가 다시 정지된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과 그로인한 괴리율이다. 괴리율이 너무 큰 종목은 국제유가가 웬만큼 회복되어도 투자손실이 우려된다. 이날 괴리율이 정상 수준을 되찾지 못하면서 거래정지도 속출했다. 삼성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가치 대비 괴리율은 종가 기준으로 448.5%에 달했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괴리율이 334.5%로 나타났으며, 신한 레버리지(160.0%), 미래에셋 레버리지(69.1%) ETN도 30%를 훨씬 웃도는 괴리율을 기록했다.

◆괴리율 높아 추가하락 우려 =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을 우려했다.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실시간 원유선물 가격을 반영한 지표가치보다 시가가 상품별로 약 2~5배 고평가됐다는 의미로, 시가가 지표가치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추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세 완화(봉쇄 해제) 전까지는 유가의 변동성 장세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원유는 생산 대비 수요가 턱없이 적어서 유가 불확실성이 크고, 선물의 롤오버(선물 만기 연장) 비용을 감안한 총수익이 낮기 때문에 원유 관련 ETN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은 OPEC+ 산유국들의 하루 970만배럴(bpd) 감산 합의 이행과 미국, 캐나다 등 OPEC+ 외 산유량 감소세가 유가 하방 압력을 완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서는 당분간 석유시장 '공급과잉' 속 저장시설 부족 우려와 선물 콘탱고 확대 가능성도 상존할 것이다. 황 연구원은 "2분기 중 코로나19가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P(ETF/ETN) 투자는 여전히 비용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유선물 롤오버 비용을 회피 가능한 원유생산기업 등에 투자하는 주식형 ETF를 대안으로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저장시설'우려, 폭락 주도 = 한편 국제유가는 또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4.6%(4.16달러) 내린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0% 넘게 밀리면서 11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 현재 배럴당 6.72%(1.44달러) 하락한 2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9.11달러까지 밀렸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시행을 앞두고 원유 저장 시설 한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폭락세를 보인것으로 분석된다.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경우 원유재고가 최대 수용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급된 영향이다. 또 대표적인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인 'US오일펀드'가 WTI 6월물을 청산하고 7월 이후의 월물로 교체할 예정이라는 점을 발표하면서 유가는 급락했다.

36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US오일펀드가 매도에 나서면서 6월물 WTI의 낙폭이 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결국 6월물 WTI 역시 만기일(5월19일)에 가까워질수록 마이너스권으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5월물 WTI는 만기일(4월 21일)을 앞두고 '-37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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