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 항소심서 보험소비자 패소

2020-05-20 11:44:54 게재

대법 판결에 비해 보수적 판단

금감원 가이드라인보다 퇴보

보험 약관으로 인한 해석 문제로 보험회사와 암환자 사이에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암환자의 상태에 따라 판결에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기존에 나온 대법원 판결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이주현)는 이 모씨가 삼성생명에 보험금 5000여만원을 청구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씨가 A요양병원에서 받은 자닥신 등 치료가 일부 의사들이 암 환자에게 치료법으로 제시하는 치료 중에 속하는 사실, 그 치료로 인하여 이씨의 체력 회복 등에 일부라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이씨의 암 치료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요양병원 의사가 이씨에게 자닥신 등 치료와 관련해 입원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 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이씨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자닥신 등 치료가 '암 치료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여부'나 '의사의 입원 필요성 판단에 따라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가 아니라 이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이 이 보험계약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로 정하고 있는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라며 "즉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하였을 때'의 명확한 의미 해석이 핵심적인 쟁점이 된다 할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암 입원비의 지급사유가 되는 입원의 의미를 너무 넓게 인정하게 되면 보험회사가 보험사고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인수한 위험을 과도하게 확장하여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급이 균형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문언의 의미에 대한 해석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그 범위를 특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자닥신 등 치료법은 대부분 환자의 면역력을 강화하거나 암 치료에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것들로 보이는 점 및 비록 이씨가 요양병원에서 입원한 기간 동안 암의 크기가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그 동안 이씨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8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기에 이 결과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추었을 때 이씨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자닥신 등 치료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요양병원 의사가 이씨에게 입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하였다고 할지라도 이씨가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적도 없고 항암치료 후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회신한 점 등에 비춰 이씨에게는 요양병원에서의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약관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로 정하고 있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하였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2017년 2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씨는 그 해 8월까지 서울대병원을 통원하며 총 8회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이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자닥신 주사, 압노바, 주사, 고주파온열치료, 셀레나제, 푸로아민, 아연주사 및 비타민치료 등을 받았고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씨처럼 항암치료 중 요양병원에 입원한 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서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2018년 6월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과 관련해 △말기암 환자 입원 △항암치료 중 입원 △수술 직후 입원 등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보험소비자의 민원을 재검토해 보험사에 지급권고 요청을 보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6년 심리불속행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대법원 2016다230164)에서 항암치료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동안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서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 대법 판결의 원심(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항암화학요법 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하여 면역력 저하, 전신 쇠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이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는 없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어 그 기간이 지나 면역력 등 신체기능이 회복된 후에야 다시 받을 수 있는 특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일한 내용의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일정 기간 지속되어야 하는 경우 그 기간 내에 종전의 항암화학요법 치료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면역력 등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입원이 항암화학요법 치료 등을 받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이 역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암입원보험금 항소심에서 패소한 이씨는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