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와 단백질 결합 더 정확하게 찾아낸다

2020-06-09 11:09:05 게재

IBS 연구단 기법 개발

국내 연구진이 질병과 세포에 관련된 단백질 기능을 밝히는데 한발 더 다가서는 성과를 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은 사람 세포속 RNA 결합단백질 상에서 결합을 형성하는 'RNA 결합자리'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왼쪽부터 김빛내리 RNA 연구단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배종우 연구원, 김종서 연구위원.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RNA 결합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이번 연구 결과는 질병과 세포기능에 관련된 단백질의 조절 기작(원리)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NA는 DNA로부터 각 단백질에 해당하는 정보가 전사된 유전체다. RNA는 이 정보를 번역해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전사되고 나서도 번역 효율, 안정성, 세포 내 위치 등 단백질 생산과정이 조절될 수 있다. 이러한 전사 후 조절은 RNA 결합단백질이 RNA에 붙으면서 이뤄진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전사 후 조절을 거치면서 기능을 가지는데, 핵심 인자인 RNA 결합단백질과 RNA 사이 결합 원리와 상호작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에서 어느 조각이 결합자리인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RNA 결합자리를 보기 위해서는 작은 단백질 조각의 질량을 측정해, 해당 조각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내 위치를 추론하는 질량분석 방법을 쓴다.

RNA 결합단백질-RNA 결합체를 효소로 잘게 쪼개면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에 RNA 조각이 붙은 형태가 된다. 이 질량 구성을 측정하고 RNA가 붙지 않은 펩타이드와 비교하면, RNA가 붙은 아미노산 자리는 그 질량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RNA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RNA 조각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질량 측정에 이 오차를 고려해야 했다. 오차를 고려하고도 확실하게 RNA 조각이 붙었다고 판단되는 아미노산 자리만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000개 이상 RNA 결합단백질에서 한번에 수십~수백개 RNA 결합자리만 확인 가능했다. 위치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연구진은 기존에 쓰이던 효소 대신 불산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불산은 RNA를 동일한 분자 한개로 완전히 분해해, 한번에 2000개 RNA 결합자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세포 전체 RNA에 결합한 600개의 RNA 결합단백질 내에서 약 2000 종류 RNA 결합자리를 아미노산 수준의 고해상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찾은 RNA 결합자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새로운 가설들을 제시했다. 먼저 질병과 세포 기능에 중요한 단백질에서 RNA 결합자리를 다수 발견했다. 일례로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의 원인 단백질인 'TDP-43 DNA' 복구에 필수적인 PRKDC에 존재하는 RNA 결합자리를 찾았다. 이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RNA와의 결합이 각각 단백질 기능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규명한 RNA 결합자리를 토대로 세포 내 RNA-RNA 결합단백질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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