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절벽 재유행우려에 정유업 최악

2020-06-17 12:07:52 게재

정제마진 석달째 (-)

미국 원유재고량 최고치

최근 원유 가격 반짝 상승에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요 절벽에 놓인 정유업계 위기가 커졌다.

17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원유 공급량 조절 등 공급 요인보다는 실질적인 수요 회복이 정유업계 경영환경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유가는 4월 최악의 시기를 지나 빠르게 상승하며 6월 배럴당 35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3.4% 오른 3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원유가격 상승 배경에 대해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 △투자심리 개선 △풍부한 유동성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인 수요 회복이 아닌 기대 요인에 의한 유가 상승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등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달라지게 된다.

미국 산유량은 4월 하순 하루 1300만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급락해 현재 1110만배럴까지 줄었다.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은 같은 기간 90% 수준에서 70%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재고량은 지난주 570만배럴 증가해 32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벗어났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산유량이 감소했는데도 재고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수요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석유수요를 나타내고 정유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현재 마이너스 상태를 석달째 이어오고 있다.

6월 둘째 주 석유제품 정제마진은 배럴당 -0.4달러를 기록했다. 전주(-1.6달러)에 비해 상승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3월 셋째 주부터 정제마진은 '0'보다 작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산유국협의체(OPEC+) 회원국의 감산 이행 여부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원유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원유 가격 변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2위 석유 업체인 쉐브론은 전체 인력 4만5000명 가운데 10~15%를 감원할 방침이다. 미국 석유생산업체들은 올해 지출 30% 감축과 자발적인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 1위 석유업체 엑손모빌도 지출을 30%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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