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현 상황을 착각하고 있다"

2020-06-17 12:38:54 게재

누리엘 루비니 교수 독일 슈피겔 인터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세계 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을 종종 내놓아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사진) 교수는 "이번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할 정도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출처 : 루비니 교수 페이스북

루비니 교수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1929년 증시 폭락이 30년대 대공황으로 이어져 위기가 완전히 발현될 때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는 슬로우 모션으로 충돌하는 기차와 같았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경제는 단 몇주 만에 붕괴했다. 미국에서만 42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실직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폭락한 경제가 V자형으로 신속히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이들은 미국에서 5월에만 250만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는 게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엔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볼 것이다. 하지만 진짜 회복이 아니라 환상이다. 경제가 너무 깊이 급락해 사실상 어느 정도 다시 상승하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붕괴를 보상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는 2021년 말에도 여전히 올해 초 수준보다 낮을 것이다. 실업률은 16~17%에서 머무를 것이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0%에 불과했던 실업률이다. 5월 신규 일자리가 단 250만개 늘었지만, 지난 몇달 동안 4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실제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루비니 교수의 진단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주가는 현재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증시는 착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경제 부양책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이익도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월가에서 분위기를 잡는 건 거대 기업들이다. 특히 은행과 기술기업들이다. 이들은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정부가 이들의 파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은 노동자를 내쫓고 비용을 줄이며 결국 이전보다 더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실물경제는 다르다. 중소기업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뉴욕시에 있는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생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상위 10% 부자가 주식의 80%를 소유하고 있다. 75%의 사람들은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연구결과 미국인 40%는 긴급상황에 쓸 현금 400달러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현재 이런 긴급상황을 겪고 있다. 시스템은 병들었다. 사람들은 그 때문에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의 언급은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거대한 시위에 미국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거주하는 로어맨해튼의 바워리가의 경우 시위대의 3/4가 백인인데, 그들 중 상당수가 젊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말했다. 서비스업 위주의 선진경제국에서 전통적인 노동계급 프롤레타리아를 대체한, 새로운 하류계급을 의미하는 용어다. 프레카리아트는 임시직 노동자와 프리랜서, 시간제 노동자, 기그(gig) 노동자, 계약노동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지만 정규직 취업은 꿈꾸기 어려운 이들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입은 이들은 더 이상 집세나 전화요금을 낼 수 없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있다. 이들에겐 매우 덥고 긴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루비니 교수는 "연준은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부으며 은행과 금융 투자자, 헤지펀드, 자산 매니저들을 구했다. 단기간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하지만 공공부채가 너무 높아 정부와 기업들은 오직 초저금리 상황에서만 차환할 수 있다. 연준은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장에 초저금리가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파월 의장은 2018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한편 채권 매입을 중단해 연준 자산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미 증시 주가가 약 20% 빠졌다. 때문에 파월 의장은 후퇴했다. 현재 연준 자산은 당시보다 2배 많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측면에서 부정적 충격도 또 다른 이유다. 탈세계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공급사슬의 해체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5G 기술을 예로 들면, 노키아와 에릭슨은 화웨이보다 30% 비싸고 20%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가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결정하면, 5G 서비스에서 5G칩을 탑재한 토스트기와 전자레인지까지 모든 종류의 최종산물 가격이 자동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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