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국제·규범화 확대 … 국내 인증제도 신설해야

2020-07-01 11:04:46 게재

CSR 인증, 무역거래시 새로운 비관세장벽 작용

입법조사처 "법적근거 등 수출 기업 대비 필요"

EU(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국과 국제기구들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규범화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SR 인증이 국제무역의 조건으로 제도화될 경우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리 수출 기업들의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수출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CSR 관련 인증 제도를 신설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입법조사처의 'CSR에 관한 국내·외 논의 동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26000)이 결정된 이후 CSR 제고를 위한 규범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CSR,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책임을 말하며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전은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CSR은 최근 지속가능 성장 관련 논의의 주요 개념인 공유가치 창출(CSV)"이나 "환경과 복지 등 공동체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착한 투자' 임팩트 투자로 논의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SR은 이제 단순한 자율적 성격을 넘어 의무적 이행사항으로 발전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를 중심으로 비재무 정보인 ESG(환경개선, 사회책무 이행,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 등을 공시하는 것을 강화하는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이미 지난 2014년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EU뿐만 아니라 그 외 지역 협력기업으로까지 경영 투명성 요구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이후 '산업발전법' 제18조를 근거로 지속가능경영 실태조사(KoBEX SMTM)을 실시한 후, 2013년 5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본의 변동에 대한 주요 사항을 의무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제재 외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한국거래소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10개 항목에 따른 기업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개정했다. 올해 1월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 전략'을 발표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공공기관 운영방식의 개선과 세부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CSR 관련 애로사항 및 정책 수요는 인증에 관련된 사항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CSR에 대한 분야별 대응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은 CSR 인증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전 조사관은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CSR 관련 인증제도를 신설하고 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설되는 CSR 인증제도는 해외의 다양한 인증제도와 호환가능하며, KoBEX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CSR 관련 기존 제도를 활용·연계할 수 있도록 CSR 플랫폼을 구축·개설하여 다양한 분야의 인증에 대한 원스탑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CSR은 자본·노동·기술 거래의 저변에 존재하는 국가별·지역별 우호관계 수립에도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CSR국제규범화 기조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는 만큼 기업규모별로 인증 부담을 차별화하도록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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