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징계권 삭제' 개정안 잇따라 발의돼

2020-07-02 10:36:24 게재

‘여행가방’ 학대 사건 후 민법개정안 4건

징계권 삭제 대신 '훈육의무 부과’는 논란 일듯

‘여행가방’ 학대 등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회에서 민법상 부모 징계권 삭제를 담은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 등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친권자의 징계권을 보장한 민법 조항이 아동에 대한 체벌을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개정안에선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훈육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신현영 의원과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법 915조(징계권) 조항 삭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친권자의 징계권 삭제 등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한 민법 개정안은 총 4건이 발의됐다.

지난 달 11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민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고, 12일에는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달 1일에는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민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4건의 공통점은 민법 제915조에 적시된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조항은 체벌을 용인하고 아동학대 가해 부모들에게 변명거리를 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전용기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여전히 친권자의 권리의무에 ‘훈육’이라는 표현을 넣도록 해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의원의 민법 개정안에는 제913조에 친권자는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황보 의원 개정안에도 제 913조에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징계권 삭제와 체벌금지 운동을 펴왔던 아동인권 옹호 단체들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훈육’과 ‘체벌’의 차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훈육이라는 표현이 법안에 들어갈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체벌금지 관련 논문을 발표한 이세원 강릉원주대 교수도 논문에서 '징계권' 대신 대체표현인 '훈육의 의무'를 넣자는 의견에 대해 "부모들이 훈육과 학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할 때 (훈육 표현을 삽입할 경우) 개정의 실익이나 기대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최근 발의된 양이원영 의원의 민법 개정안에는 자녀에 대한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가장 앞선 개정안으로 평가된다.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아동인권단체들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권 삭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민법 개정안은 아동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출발점”이라면서 “친권자에 의한 체벌을 징계권 행사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한 뜻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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