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상 검사장 회의로 장관에게 항명 못해"

2020-07-08 11:32:01 게재

천주현 변호사 "지휘 위법성 입증 못하는 한 무조건 따라야"

추미애 장관 "좌고우면 말고 장관 지휘 신속히 이행해야"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윤 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통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특임검사' 임명에 중지를 모으자, 추 장관은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휘 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청법상 총장의 이의제기권 인정여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검사장 회의'라는 우회적인 방식의 이의제기 마저도 검찰청법상 인정될 수 없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7일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최고 감독자이기 때문에 검찰청법에 따른 이의는 불가능하다"며 "국가공무원법 등의 해석상 총장이 장관 수사지휘가 위법함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장관 지시에 무조건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총장 차량에 비친 청사8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근 차량이 서초동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검찰청법에 이의제기 근거 규정 없어" = 윤 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통해 추 장관에게 사실상 이의제기하는 것은 검찰청법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천 변호사 지적이다. 검찰청법 제7조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천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수사검사의 상급검사에 대한 이의권을 말하는 것이지, 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에 대한 이의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인섭 교수도 5일 에스엔에스를 통해 "검찰청법 제7조의 이의제기를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도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갑자기 등장하는데, 어느 책이나 논문에도 그런 주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검찰청법상의 이의제기는 '검찰청 내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한 이의제기 조항"이라며 "'이의제기 절차규정인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은 대검예규에 불과해 상위기관인 법무부에 적용될 수 없고, 지침 내용 역시 검찰청 내부 업무 처리 절차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해 규율된다. 검찰청법 제8조를 뒷받침하는 유사조문이 제11조인데, 법무부장관은 문서 등에 의한 직무명령은 물론이고, 법무부령을 제·개정해 검찰사무를 최종적으로 지휘·감독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천 변호사는 "장관은 법무부령을 제정해 전 검사를 복종시키거나 당해 사건에 대해 총장에 대해 제8조를 통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고 총장은 검찰청법을 들어 장관에 항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거부하고 싶으면, 장관 위법 밝혀야" = 검찰총장은 국가공무원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런데 위법한 명령에는 복종의무가 없고, 위법한 명령에 따른 경우 면책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공무원의 어떤 행위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위반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관청이 행하는 공무의 종류, 해당 명령이 발해진 동기, 상황, 담당 공무원의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예규(인사혁신처 예규)에 따르면, 공무원이 복종의무를 지는 직무명령은 △정당한 권한을 가진 소속 상관이 발할 것 △부하의 직무 범위 내에 관한 명령일 것 △그 형식이 법정 절차를 구비할 것 △그 내용이 적법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만약 요건 결여의 위법한 명령임이 확인되면 이의 내용을 담은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추 장관이 2일 '채널A 관련 강요미수 사건 지휘'라는 제목의 문서로 윤 총장에게 한 수사지휘는 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것으로 형식적·절차적으로 문제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내용의 적법성'이다. 천 변호사는 "총장이 장관에게 이의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장관 지시가 위법함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장관 수사지휘를 거부할 경우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검사징계법상 징계사유"라고 지적했다. 장관의 적법한 직무명령에 끝까지 불복종할 경우 총장은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고, 징계의 최고수위는 해임까지 가능하다는게 천 변호사 주장이다.

한 교수도 "총장이 불복 비슷하게 한다면, 그것은 검찰청법 범위 밖의 일이거나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7일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에 법무부장관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총장으로 하여금 사건에서 회피하도록 지휘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윤 총장이 추 장관 수사지휘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 제8조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 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은 검사장 간담회 결과만을 밝혔을 뿐 아직 추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윤 총장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대검관계자는 "가까운 시간 내에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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