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사정 합의안 부결

‘대화’보다 ‘투쟁’ 선택, 정책개입 약화 될 듯

2020-07-24 13:52:22 게재

김명환 집행부 리더십 한계 … “정부·여당 정치적 성과주의 극복 못해”

이라크 건설 근로자들, 한국 공군기 탑승 | 이라크에 파견된 한국인 건설 근로자 등이 23일(현지시간) 이라크의 한 공항에서 한국 공군기에 탑승하고 있다. 외교부·국방부·의료진 등 정부 합동 신속 대응팀은 이들의 귀국 지원을 도왔다. 주이라크 대사관 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대의원들은 사회적 대화보다는 투쟁을 선택했다.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는 사퇴수순을 밟게 된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재적인원 1479명 가운데 1311명이 투표해 805명(61.7%)의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은 499명(38.3 %)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대의원들이 합의안에 대해 ‘정부의 기존 정책을 뛰어넘지 못했다’ ‘비판과 투쟁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자’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향후 민주노총은 노조 밖, 특수고용노동자, 영세사업장 등 취약계층의 고용축소에 어떤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현장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된다”며 “양대 노총이 모처럼 사회적 대화라는 형식의 투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김명환 집행부의 소통과 절차에 대한 비민주성도 지적했다.

노 소장은 “코로나19 위기의 엄중성에 비해 의사결정의 비민주성이 더 컸던 것 같다”며 “사회적 대화 반대 목소리도 완강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디딤돌로 나아가자는 40%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도 “사회적 대화 세력은 소수였다. 과정자체를 충분히 소통하고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조합원 70%의 지지로 사회적 대화를 하라고 뽑아줬는데 제대로 못 풀어간 김명환 집행부의 리더십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민주노총 상층부만 관심이 있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무관심이었는데, 합의안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보니까 현장간부의 정서와 괴리되는 합의안이 만들어졌다”면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보다는 합의안이라는 정치적 성과에 매달린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후폭풍에 대해 노 소장은 “부결돼 민주노총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아무것도 못하고 선거로 빠져들어가게 된다”며 “느슨한 노정 정책협의나 국회 입법·정부 정책에 개입할 힘도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김경자 수석부위원장·백석근 사무총장은 사퇴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30일 예정된 정기 중앙집행위에서 비상대책위원들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집행부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다음달 중앙위원회에서 지도부 직접선거 일정을 확정한다. 12월 임원선거 체제로 넘어가면서 현 정부에서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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