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공행진에 '은' 가격도 급등

2020-07-29 10:53:37 게재

올해 저점대비 두 배 올라 … 상대적 저평가·그린산업정책이 투자 촉발

코로나 진정 전까지 추가 상승 전망 … '은' 선물시장 변동성 유의해야

국제 금값 고공행진에 '은'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금 가격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와 주요국의 그린산업 투자정책이 '은' 투자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금 가격대비 저평가된 '은'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백신 개발 등으로 진정세를 보이기 전까지 추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은 전체 수요의 51.5%는 산업용 수요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위축이 이어지는 점과 선물시장의 급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주일간 21% 상승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월 인도분 '은' 선물가격은 온스당 24.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보다 0.21달러(0.85%) 떨어졌지만 2013년 8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저점인 3월 18일 11.98달러보다는 두 배 이상 올랐다. 금 가격이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은값 또한 이달 셋째 주 이후 21% 이상 급등하는 등 '은'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원자재시장 전망기관인 코리아피디에스(PDS)는 저평가된 은 가격과 주요국의 그린산업 투자 정책이 '은' 시장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을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금 가격은 은 가격 대비 평균 65배 비쌌고, 현재 84배 비싼 상황으로 금 가격대비 '은' 가치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손양림 PDS 책임연구원은 "은의 매수세 급증 요인으로 주요국 정부의 그린산업 투자정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린산업 중 태양광 발전은 은의 새로운 수요 영역으로 성장했고 향후 정부의 지원에 따라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그린산업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지난 21일 유럽연합이 7500억유로에 달하는 코로나19 경제회복 기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것도 태양광 발전 산업의 성장기대로 이어졌다. 이날과 22일 은 가격은 각각 6.8%, 7.4% 상승했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은 당선 이후 파리 기후협약에 복귀하고 2035년까지 미국 발전산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재구성할 계획을 발표하며, 2조달러에 달하는 그린 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 계획을 실시할 것으로 약속했다.

◆더 오를까? = 원자재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소외·저평가된 은의 매력이 뒤늦게 부각되고 있다며 당분간 '은' 투자는 지속되며 가격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유동자금이 '은'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이는 세계적인 코로나 통제 성공, 백신개발이 되기 전까지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값은 여전히 금값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며 "최근 10년 평균인 21달러를 돌파한 기세를 이어가 향후에도 은 가격은 30달러 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의 단기 급등 관련해 주의를 당부했다.

'은' 수요의 과반이 산업용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태양광 발전 관련 '은' 수요는 지난해 기준 전체 산업 수요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손 연구원은 "은 수요 과반이 산업용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며 "은의 전체 수요의 방향을 결정하는 전기·전자 산업은 아직 코로나19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요국의 그린산업 투자정책은 불확실성이 크고 장기 플랜으로 단기 산업용 '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 연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최근의 급등세는 지난 10년간 금 가격 대비 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저가에 부여한 투자심리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금보다 싸기 때문에 은에 몰렸던 투자수요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또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 시장은 선물 시장으로 매수만큼 쉽게 매도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며 "단기 급등한 '은' 투자의 수익률 쫓기가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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