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포스트 한일경제전쟁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경제의 기회

2020-08-14 11:39:39 게재
문준선/스마트북스/1만6500원

그동안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양분돼 있었다. 때때로 지나친 자괴감에 빠지거나 넘치는 자신감에 차오르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일본의 갑작스러운 전략물자 수출규제는 그동안의 국제 분업구조에 균열을 내면서 한일 경제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한국경제 특히 제조업에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출규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총괄 서기관으로서 일본 현안 대응업무를 담당했던 저자는 한일 경제전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승패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에 달려 있다. 한국이 세계 3위 제조업강국인 일본의 제조업 신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소부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일본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원천을 해부하며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찾고있다.

문제는 일본과의 장기적 경제전쟁에서 필수적인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본 소부장 우량기업들에 관한 사례들을 모았다. 독자는 일본 경제산업성 선정 '글로벌 틈새 1등 기업 100' 일본 중소기업청 선정 '모노즈쿠리 기업 300개' 일본정책투자은행 '밸류체인 코어 기업 60개' 등 총 460개의 소부장 기업에 대한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소부장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소부장 경쟁력이 뒷받침되는 완제품 업체도 일부 분석대상에 포함했다.

저자는 일본이 소부장 강국이 된 배경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사회의 역동성 △거대과학 프로젝트 도전을 통한 비약적 성장 △비주류들의 혁신이 일본 소부장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일본적인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인식은 이러한 토대가 없는 국가들은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거나 격차를 줄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결론에 이를 위험성이 크므로 경계해야 한다.

저자는 또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에 기회라고 강조한다. 2019년에 일어난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는 한일 양국 간에 오랜 시간 유지되어온 분업구조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산업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산업의 전자화(1980~1990년대)에서 산업의 화학화(2000년대 이후)가 되고 있다. 화학산업 특히 기능성 화학산업이 한일 양국 소부장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화학산업과 공작기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 간 주도권의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은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것을 넘어 추월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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