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도 전면 '전자문서'로 바뀐다

2020-08-14 11:53:45 게재

법무부, 전자문서 이용법 제정안 입법예고

원격화상 조사받고, 수십만쪽 수사기록 사라질듯

컴퓨터로 증거기록 열람·출력 가능, 효율 증대

형사소송 과정에서도 종이문서가 사라지고, 전자문서로 대체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형사소송의 모든 기록을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 바꾸기로 했다. 전자문서 제도가 도입되면 피의자·피해자·참고인이 직접 검찰청에 가지 않아도 된다. 원격 화상을 통해 검찰 조사를 받거나 문서를 제출·열람·출력할 수 있다. 게다가 신속한 재판의 진행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도 기대된다.

법무부는 형사사법절차에서 문서의 제출·작성·유통·관리가 전자화되는 내용을 담은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13일 입법예고했다.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구축해 오는 2024년부터 개통할 계획이다.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 하게되면...│13일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심우정 법무부 기조실장이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법무부는 "종이기록은 시·공간적 한계로 절차가 지연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형사사법절차의 전자화를 통해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전자기록 곧바로 열람·출력 가능 = 제정안이 시행되면 수사·기소·재판 등 형사사법절차에 필요한 문서의 제출·작성·유통·관리가 모두 전자화된다. 사건 관계인은 전산정보처리시스템에 고소장이나 증거서류를 파일 형태로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법무부는 원격 화상조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수사기관 곳곳에 화상조사실을 설치한다.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참고인 진술이 필요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까지 멀리 이동할 필요 없이, 가까운 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종이기록을 하나하나 복사할 필요 없이, 전자기록을 곧바로 열람·출력할 수 있다. 기록의 우편 송달 역시 전자 송달로 대체된다. 아울러 사건 기록을 검토할 때에도 여러 명이 동시에 기록을 살펴볼 수 있으며, 키워드 검색도 가능해진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전자소송이 도입된 행정소송은 현재 99.9%, 민사소송은 77.2%, 가사소송은 70.9%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형사소송절차는 행정·민사소송과 달리 여전히 종이문서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음주·무면허사건과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 사건에 대해서만 전자적 사건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전자약식·전자불기소는 전체 송치사건의 3.06%(4만9253건)에 불과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종이기록으로 인한 문제점 해소 = 이로 인해 고소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은 고소장 등 서류를 내거나 조사를 받을 때 일일이 수사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범죄 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피고인도 재판을 준비하려면 증거기록을 복사할 수밖에 없다.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기록만 수십만 쪽에 이른다. 때문에 검찰은 법원에 트럭을 활용해 수사기록을 넘기는 이른바 '트럭 기소'를 하게 되고, 기록 복사에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예컨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만 20만쪽에 달해 트럭이 동원될 정도였다. 기록 20만 쪽을 복사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형사사건이 종이기록으로 처리되다보니 △종이기록 검토 및 사건 배당·결재·이동·보관에 따른 업무의 비효율 △사건 송치·이송, 영장 신청·청구, 상급심 송부, 송달·통지 등에도 신속한 사건 처리 저해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 침해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소송기록에 대한 열람복사 신청을 해도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에서도 진행상황을 알 수 없어 열람복사 허가를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열람복사신청이라는 소송행위에 대해 검찰이나 법원이 어떤 응답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행방불명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앞으로 형사소송이 전자화되면) 검찰이나 법관이 열람복사 신청을 불허할 만한 형사소송법상 혹은 검찰청법 상의 어떤 사유 그것을 제외한 기타 행정편의적인(비밀행정적인) 관행이 없어질 것"이라며 "쉽게 말해 불허사유, 허가사유라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형식적인 관문을 지키고 있는 포졸들을 거칠 필요가 없다. 열람등사행위의 행위와 시점, 불허와 허가가 날때까지의 과정이 투명해 질 것"이라고 반겼다.

◆10월 국회 법안 제출 예정 = 법무부는 "형사사법기관 사이의 논의가 부족했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전자화를 지원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화 도입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법원·검찰·경찰·해경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법안을 만들었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정부부처, 변호사단체, 법조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전자문서가 널리 사용되면 피의자 방어권 보장은 강화되고, 업무 효율성이 증대되며, 형사사법 업무의 전반에 걸쳐 신뢰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또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안성열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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