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현금 사라질까 … 비접촉 결제 급증

2020-08-27 11:40:28 게재
코로나19 팬데믹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현금 사용의 감소다. 동전과 지폐를 주고받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디지털 비접촉 결제가 전 세계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신용카드 등의 형태다.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결제는 수년 전부터 계속 늘었다. 코로나19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자결제가 마뜩잖았던 소비자나 기업들도 마음을 바꾸고 있다. 현금의 종말이 다가올까.

마스타카드가 인도에서 실시한 디지털 결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발행된 비접촉 카드 사용은 19% 늘었다. 비접촉 거래가 빈번했던 곳은 슈퍼마켓과 식당, 술집, 주유소 등이었고, 금액은 10달러 이하 물품 구입에서 많았다. 인도 '파이낸셜익스프레스'에 따르면 2020년 들어 매달 100만건 이상의 비접촉 거래가 이뤄졌다.

경제지 '말레이시안 리저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비접촉 결제방식이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나라 중 하나다. 비자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말레이시아 국민 5명 중 3명은 현금보다 디지털 결제를 선택했다. 마스터카드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말레이시아 소비자 40%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모바일폰과 디지털지갑의 사용을 늘렸다.

격리와 봉쇄로 기업들이 문을 닫고, 많은 소비자들이 상점을 방문하는 데 불안감을 느끼면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상거래 흐름을 분석하는 어도비사의 '디지털 이코노미 지수'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쇼핑매출은 7월 66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마존의 순이익은 올 2분기 52억달러로, 전년 동기(26억달러) 대비 2배 늘었다. 아르헨티나의 전자결제 시스템 업체 메르카도리브레는 올해 현재까지의 매출이 2019년 전체보다 123%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6월 온라인 상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같은 기간 총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1/4였다. 특히 화장품과 음료 부문이 크게 늘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11일부터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신용카드 비접촉 거래 제한을 완화했다.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에 따르면 시행 3일 만에 30~50유로 사이의 비접촉 결제건수가 300만건 이뤄졌다.

전미소매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매점 58%가 비접촉 카드 승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9년 대비 40% 상승했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기업들은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해 물품구입과 배송에서 비접촉 옵션을 확대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곳도 있다. 한국 KEB하나은행은 최근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통행료 납부 서비스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말 출시예정이다. 현금과 신용카드 납부를 없애고 스마트폰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납부하는 것.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2000만명 사용자를 자랑하는 필리핀 최대 모바일지갑 애플리케이션인 'G캐시'는 택시회사들과 제휴해 스마트폰 QR코드 스캔을 통해 요금을 결제하는 장비를 갖췄다. 또 필리핀 정부는 '전자정부페이'(EGov Pay)로 불리는 행정서비스용 온라인 결제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화폐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3월말 기준 이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결제를 받아들이는 정부 기관의 숫자가 약 56% 늘었다.

디지털 결제가 늘고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현금 공급부족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유통되지 않고 집에 놀리는 잔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매체 '월드크런치'에 따르면 미국의 식당과 상점 앞에서 '현금을 쓰려면 잔돈을 정확히 갖고 오라'는 팻말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동전 부족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주화의 유통이 둔화되면서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고객에게 '집에서 잠자는 잔돈을 갖고 오라'고 요청할 정도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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