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채 매입으로 채권시장 안정 전망

2020-09-09 11:22:28 게재

국채 단순매입 정례화 가능성 시사

단기간 안정 … 시장영향력 제한적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행진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채권 시장이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 발표로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8일 한국은행은 올해 말까지 총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향후 국고채 발행이 확대되는데 따른 수급 불균형과 시장금리 급변동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채권시장전문가들은 그동안 불안심리가 높았던 채권금리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금리하락 추세를 형성할 정도는 아니라 시장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상승은 막을수 있을 듯 = 9일 채권시장전문가들은 전일 한국은행이 밝힌 '국고채 단순매입 확대 실시' 발표에 대해 일단 한은의 단순매입은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국채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은의 국고채 매입 발표는 1회성이 아닌 일정한 시한(연말)과 한도(5조원 내외)를 동시에 명시했다는 점에서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에 통화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단순 매입과 별도로 일종의 '+α'로 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것은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4차 추경 규모가 7조원대 중반으로 형성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은행이 5조원 규모로 단순매입을 한다는 것은 4차추경에 따른 공급 불균형을 일부분 해소해주는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채권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크게 확대된 이후 한국은행이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언제든 한국은행이 대응할 여지와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이와 같은 한국은행의 결정은 최근 금리 상승세를 제한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채권시장은 계속해서 경기 회복을 위한 완화적 스탠스를 보여줄 이번 달 ECB 통화정책회의와 FOMC(미 공개연방시장위원회)를 소화하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하락에는 영향 미치지 못해 = 다만 금리하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은의 단순매입은 지난 7일에 기록한 국고채 금리들을 상단 정도로 지지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하겠지만 연내 수급부담을 일부 덜어냈다고 해도 내년 국고채 및 공사채, 은행채 발행부담과 뉴딜펀드와 같은 일부 수요 구축요인까지 고려할 때 금리하락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은 정책의지 확인으로 1.6% 상단을 지지하겠으나 남아있는 시장 수급불안으로 1.4% 아래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지난달 초부터 불안했던 국내 채권시장에 안도심리를 주면서 추가적인 금리상승 기대는 당분간 통제되겠지만 일각의 기대처럼 금리하락을 견인할 정도의 재료로 역할은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국채 단순매입에 대해 투자심리를 온전히 되돌리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8월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실제 액션에 나서지 않으면서 수급 부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세가 계속됐던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한은의 단순매입 계획 규모는 4차 추경 적자 국채 발행 7조원 중반보다 작고, 내년도 173조원의 국고채 발행뿐만 아니라 성장 및 물가 개선 등 악화되는 채권 투자 환경도 부담"이라며 "한은의 단순매입이 시장금리의 안정을 견인할 것이나 인위적 금리 하락보다는 시장불안 완화라는 점에서 추세 변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4차례 국고채 단순매입에서 만기 10년 이상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만기가 긴 국고채 매입의 중가가 아니라면 수급 완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향후 한은의 단순매입 행태가 관건이나 증가 추세의 국고채 발행과 악화될 채권투자 환경을 감안하면 금리의 추세 변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지금은 채권시장의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공사채 순발행 기조, 정책지원을 위한 특은의 순발행, 6.2조원의 회사채 만기도래 등 수급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변동성 심화에 따른 조기 북클로징 이슈 역시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추가 매수를 서두르기보다는 금리변동성이 축소되기를 기다리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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