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변호인단 판사 출신 전면 배치

2020-09-10 11:24:27 게재

수사 단계 변호사들 대부분 사임 … 10월 22일 첫 준비기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재판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다시 구성했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는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했지만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판사 출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는 모두 11명이 변호인으로 붙었다. 대형 로펌으로는 김앤장과 태평양을 포진시켰다. 물론 재판 준비 및 진행 과정에 따라 추가 선임이나 사임이 수시로 이뤄질 수 있다.


김앤장은 안정호(사법연수원 21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유진(22기, 전 서울고법 판사) 하상혁(26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현보(27기,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최영락(2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 이중표(33기, 전 법원행정처 홍보심의관) 등 6명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고위법관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대법원과 행정처 일선 법원 등에 두루 근무한 마당발들이다.

이들은 법조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민·형사 분야 고수들로 알려져 있다. 김앤장에서 이 부회장 사건을 대리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일제히 사임했다. 이 사건의 변론은 전반적으로 김앤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평양은 송우철(16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권순익(21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일연(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변호사 등 김앤장보다 적은 3명만 투입한다.

태평양은 일부 전현직 경영진들에 대한 변론만 맡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성격상 기업 경영과 관련한 내밀한 이야기는 태평양과 주로 나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과정에서 태평양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고, 그 결과 항소심에서 감형돼 석방되기도 했다.

9명이 판사 출신인 반면 검찰 출신은 최윤수(22기, 전 국가정보원 차장), 법무법인 엠 김형욱(31기) 변호사 등 2명에 불과하다.

이는 검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김희관(17기, 전 법무연수원장), 김기동(21기,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홍기채(28기, 전 대전지검 특수부장)등 검찰 출신들은 재판을 앞두고 대부분 사임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을 이끌어낸 법원장 출신 한 승 변호사도 사임했다.

특이한 점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를 이끌어 내는데 역할을 한 최재경(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변호사는 변호인단의 의견 조율 등 후방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새로운 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수사에서는 검찰을 잘 아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필요하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판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판사 출신을 기용하려는 법조계 교과서를 그대로 이행하려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조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1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착수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으나, 검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재판을 통해 다툴 필요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가 맡는다. 재판부는 10월 22일 첫 준비기일을 연다. 자료가 방대한 점 등을 고려해 본 공판을 시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관련한 박영수특검팀의 재판부 기피 신청은 아직 대법원에서 심리중이다. 이 사건의 결론이 나오면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1심과 함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 5일 내내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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