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 최고금리 10%로 인하’ 부작용 우려된다

2020-09-17 12:27:27 게재

1958년 중국에서는 “참새는 해로운 새다”라는 마오쩌둥의 말 한마디로 참새잡이 광풍이 불었다.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메뚜기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국 전역을 뒤덮었다. 당황한 마오쩌둥은 ‘참새’ 대신 ‘빈대’로 슬쩍 바꾸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근으로 수천만명이 아사했다. 대약진운동 초기 소위 ‘참새 죽이기 운동’의 비극적 결말이었다.

저신용자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 가능성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하자’는 주장이 유력 정치인에 의해 제기됐고 몇몇 의원은 법안을 발의했다. 자칫 ‘참새 죽이기’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행 24%가 상대적 고금리이긴 해도 저신용자의 급전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측면에선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최고금리 인하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을 살인적 고금리 시장인 불법사채시장에 모는 우를 범하는 측면이 간과돼 있다.

10%로 대출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계층은 대출시장에서 아예 퇴출되고 만다. 대략 추산해보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220만여명 중 대부분(약 98%)은 대출 자체를 못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액으로는 18조원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업 이용자 180만여명은 어디에서도 대출받을 수 없게 된다. 16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마을금고나 신협 등 상호금융업체, 할부금융사나 신용카드사(현금서비스)에서 퇴출될 금융이용자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생각조차 끔찍하다.

최고이자율이 높아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용자 개개인의 신용상태로 인해 낮은 이자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신용이 우량하다면 그에 맞는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 왜 고금리를 이용하겠는가.

금융이용자의 신용도를 높여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지 공급자에게 위험이 큰 고객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라고 강요해봐야 금융을 경색시키고 결국 계층별로 형성된 금융시스템은 망가지게 된다. 그 폐해는 모든 금융이용자에게로 전가된다.

공급자의 ‘가격’을 강제하는 쪽이 아니라 저신용자의 신용회복을 위한 전문가나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을 통한 상담활동을 지원하고 기왕의 신용회복제도를 확대하는 등 저변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의 신용도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내려간다.

정부 정책금융상품의 금리도 10%가 훨씬 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부실을 감내하고도 그 정도의 금리로 설계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려야 한다. 공자 어록을 모은 논어의 첫 문장은 ‘학이시습’(學而時習)이다. 때에 맞는 공부를 하라는 의미다. 겨우 천자문 배울 학동을 성균관에 넣은들 무슨 기쁨을 얻을 것이며, 또 이걸 장려할 일인가.

20% 금리에 대출받을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금융이용자를 10% 시장에 넣어 봐야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결국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게 된다. 상대적 고금리라 하더라도 신용도에 맞는 금리를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방향이 돼야 한다.

선의의 정책이 서민 죽이는 정책될 수도

현재 24%의 최고이자율을 4%p 낮출 경우를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대부업 영역에서 이자부담 감소로 인한 금전적 이익은 최대 1500억 정도인 반면, 불법사채에 노출되는 위험은 10배가 훌쩍 넘는 2조원이나 된다. 저신용 저소득자를 돕고자 추진한 선의의 정책이 서민을 죽이는 황당한 정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