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원달러 강세 … 외환 변동성 확대

2020-09-21 11:37:07 게재

원화·위안화 동조 현상 이어질 전망 … 추가 강세 여부, 미중 분쟁강도에 좌우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1190원선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160선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가운데 경제 회복에 성공한 중국의 위안화 강세에 원화가 연동하면서 환율 하락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의 원인으로 원화가 달러보다 위안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꼽았다.


◆숨 고르기하는 원달러 =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7원 오른 1164.0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바로 하락세로 전환해 9시 30분 현재 1162.5원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주 환율 급락세 이후 숨 고르기 양상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8일 원달러환율은 14.10원 급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말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경계감 등이 원화 강세의 추가 랠리를 제약하며 장 초반 1160원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 환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원화는 그동안 달러 약세 흐름보다는 위안화 흐름에 강하게 연동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움직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강세 주목 = 지난주 글로벌 외환시장에 가장 큰 특징은 위안화 강세였다. 미중 갈등 지속과 제한적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민은행 위안달러 고시 환율은 전주 말 대비 1.2% 하락했다. 8월 중국 경제지표 호조와 함께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가 가파른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달러화는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다. 9월 FOMC 회의 결과,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재차 확인되었고 8월 소매판매 등 일부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화강세가 급격하게 전개된 이유는 위안화와의 동조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7년 이후 원과 위안화 간 상관관계는 0.86에 달한다(달러와 상관관계 0.66)"며 "최근 위안화는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경기회복 기대가 유입되며 강세 압력이 확대되면서 신흥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외환시장과 키 맞추기의 영향도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3개월 달러인덱스가 5% 넘게 하락하는 동안 원화는 달러대비 3%도 강세를 보이지 못했던 것이 이제 반영되는 것"이라며 "올해 초 2~3 월은 코로나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던 때였기 때문에 달러화 대비한 원화 및 신흥국 통화의 약세는 더심했는데 그렇게 벌어졌던 간극이 9월 현재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라클과 월마트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과 협력하는 합의안을 원칙적으로 승인하는 등 미중 갈등 완화 뉴스도 위안화 추가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원달러 환율 방향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발생할 G2 갈등 강도에 좌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 중순 이후 약 두 달간 위안·달러 환율은 하락 요인을 일방적으로 반영해왔다"며 "다만 미국 대선까지 남은 2개월 동안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점차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고 남중국해 및 대만 문제 등 정치·외교 부문에서의 대치 상태는 지속되고 있어, 경기 우위 및 자본시장 개방을 위한 위안화 절상 용인으로 추세적인 위안화 강세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변동성 확대 경계해야 = 다만,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일주일 만에 25원 넘는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 강세)은 국내 투자심리와 수급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고,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증시에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한 쪽 방향으로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 이후에는 교통정리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되돌림 과정을 수반한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도 부담스럽지만, 원달러 환율이 반등(원화 약세)할 경우 단기적인 외국인 수급위축 또한 증시 변동성을 높일 변수이다. 당분간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든, 반등이든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영향은 환율 변동성이 잦아들어 가능하다.

◆달러약세로 외국인 순매수 전환 = 한편 달러 약세, 원화 강세흐름은 코스피 상승 추세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자산가치 재평가와 함께 외국인 수급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흐름은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압력을 높일 수도 있다. 21일 오전 9시 3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3p(0.34%) 오른 2420.53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 등락한다고 볼때 수출주 이익모멘텀이 5% 이하일 경우 환율은 모멘텀 마이너스 반전 또는 플러스 폭 확대의 변수가 되면서 증시 추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면, 이익모멘텀이 30% 이상일 때 환율은 모멘텀 둔화, 강화의 변수는 될 수 있지만, 추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효과가 내년 코스피와 수출주 실적모멘텀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환율보다 양호한 글로벌 경기(경제성장률 상향조정), 이와 맞물린 업황 실적 개선 기대가 증시, 수출주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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