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권' 없어 법정 입장 못한 라임 피해자 대리인

2020-10-06 12:09:13 게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인 입장 제지, 변론권 침해" … 남부지법 "검찰이 재정증인으로 변호사 신청 안 해"

범죄 피해자 대리인인 변호사가 '방청권'이 없다는 이유로 법정 출입을 제지당했다. 라임사건 재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 변호사)는 5일 법원행정처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변호인 변론권 침해에 따른 시정 조치 및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남부지법은 "검찰에서 재정증인으로 변호사를 신청하지 않아서 증인 채택이 안 돼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앞으로 간 라임피해자모임│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8월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 보호 분쟁 조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와 A변호사에 따르면, A변호사는 라임사건 피해자 대리인으로 증거부동의 된 고소장 성립의 진정을 위해 검사 측 요청을 받아 증인으로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A변호사는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경위를 설명한 후 법정에 입장하려 했지만,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받지 못하면 법정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정 입장을 제지당했다.

이에 A변호사는 법정에서 증언을 하거나 피해자의 진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청해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경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방청권이 없으면 입장 못하게 하라는 재판장의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결국 A변호사는 고소장 성립 진정에 관한 진술 때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형사소송법상 피해자의 진술권과 형사소송규칙상 피해자의 의견진술, 범죄피해자보호법상 형사절차 참여 보장 규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 권리 보호를 위한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남부지법은 5일 "기소된 범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법률적으로 피해자를 상정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사전에 재판부에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아 변호사가 증언을 위해 법원에 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판 전날 실무관으로부터 '검사가 전화로 고소장 진정성립을 위해 고소장 작성인을 재정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연락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당시 신청할 증인이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 설명이다.

A변호사는 같은 날 "범죄피해자보호법의 피해자 개념은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로 한정돼 있지, 특별히 개인적 법익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한정돼 있지 않다"며 "라임사건은 자본시장법상의 사기적 부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공판기일에도 재정증인으로 고소장 성립의 진정을 했는데, 증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범죄피해자의 권리는 헌법, 형사소송법, 범죄피해자 보호법 등에 규정돼 있다"며 "범죄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판절차에 참여하는 등의 형사절차상 권리를 법원이 보장해야 함에도 오히려 몰각하는 것은 피해자 지위를 강화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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