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도쿄 국제금융도시 위해 감세 검토"
도쿄 증시 셧다운에 유감 표명 … 자민당, 연말까지 소득세 등 감세안 내놓을 듯
총리 취임후 첫 언론인터뷰
"기업, 여성이사 확대해야"
◆"금융 인재 불러들여야"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과 취임후 첫 언론인터뷰를 갖고 경제문제를 비롯한 최근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제금융도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특히 금융관련 인력이 오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스가 총리는 "해외에서 금융관련 인재를 불러오는 것이 시장의 활성화를 가능하게 한다"면서 "세제상의 조치와 금융행정에서의 영어 활용 능력 향상, 외국인의 체류자격상의 문제를 속도감 있게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은 올해 말까지 각종 세제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민당은 당내에 외국인노동자 등 특별위원회를 두고 소득세와 상속세 등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현재 일본의 소득세는 과세표준 1000만엔(1억1000만원) 이상의 소득자에게 33%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데, 이는 홍콩의 17%와 싱가포르의 1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며 "자민당 세제조사회가 올해 말까지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경제재정운용과 개혁의 기본지침'에서 "도쿄를 세계와 아시아의 국제금융 허브로서 국제금융도시의 확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도쿄도도 지난 2016년 현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의 취임과 함께 국제금융도시로 키우기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외자 유치 등을 지원해 왔다.
한편 영국의 싱크탱크인 Yen그룹에 따르면, 도쿄는 뉴욕과 런던, 상하이에 이어 국제금융도시 경쟁력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세계 3위 규모인 도쿄증권거래소가 원인 모를 시스템 장애로 하루 종일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국제금융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일본 정부를 당혹케 했다. 도쿄 증시가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된 적은 있지만, 하루 종일 거래불능 상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가 총리도 5일 언론인터뷰에서 "종일 거래가 중단된 것은 투자자의 거래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제금융센터 구축을 위해서 적절한 인프라가 정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경영진 다양성 확대 필요성 강조 = 스가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신의 공약인 휴대전화 요금의 인하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의 기업 경영진 구성이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경영진과 관리직에 여성과 외국인, 외부 영입인사 등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스가 총리는 "기업들이 개혁의 추진 동력을 더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 이후에 각 산업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며 "변화에 대처해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견이 반영되고, 여성과 외국인, 외부영입인사를 포함한 다양성의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기업의 경영과 관련한 권고적 지침을 운영해오면서 3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과 도쿄 증권거래소는 올해도 2021년판 개정안을 논의하는 데, 여기에 스가 총리의 이러한 방침을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스펜서스튜어트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서 여성 이사의 비중은 2019년 8.8%로 프랑스(47.4%)와 미국(26.0%) 등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이사도 일본은 3.5%로 프랑스(36.6%)와 영국(33.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스가 총리는 또 자신이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공약과 같이 강조해 온 일반 국민들의 휴대전화 요금 부담 경감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NTT가 NTT도코모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면서 "정부로서는 경쟁을 한층 촉진시켜서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요금과 서비스 수준을 빠르게 실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 통신업계에서는 NTT가 이동통신 전문회사인 NTT도코모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대전화 요금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내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점유율을 확보한 NTT도코모가 요금을 대폭 낮출 경우 다른 민간 이동통신사업자도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가 총리는 이밖에 올해 예정됐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한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올림픽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로 치뤄내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히 연계해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