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IPO, 금융의 미래 보여준다"

2020-10-12 11:43:33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거물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2008년 "중소기업이 대출 받는 게 얼마나 어렵냐"며 통탄한 일이 언론을 장식한 바 있다. 당시 마윈은 "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은행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가 알리바바의 결제서비스로 첫 발을 뗀 앤트그룹을 통해 중국 금융시스템에 가한 충격은 심대하다"고 전했다. 앤트그룹 덕분에 중국은 디지털 거래에서 세계 리더가 됐다. 중국 기업과 소비자는 더 손쉽게 대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돈을 더 잘 관리하는 법을 알게 됐다. 앤트그룹은 거물기업이 됐다. 지난해 이 기업에서 실제 물품을 구입하는 등 활동을 벌인 고객회원은 10억명을 넘었다. 앤트그룹의 지난해 결제 총액은 1100조위안(16조달러)으로, 페이팔의 25배에 달했다. 페이팔은 중국을 빼고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결제 플랫폼이다.

이달 예정된 기업공개(IPO)는 앤트그룹의 성장을 가늠할 근거가 될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선 300억달러 이상을 끌어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지난해 역대 최대 IPO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상장을 능가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석유가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이었던 시대에서 데이터를 가장 중시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포워드 PER(향후 12개월 주가수익률)이 40으로, 글로벌 거대 결제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앤트그룹은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어떤 은행보다 몸집이 커지게 된다.

4개의 다리를 가진 '앤트'

규모보다 더 중요한 건 앤트그룹이 대표하는 것이다. 중국의 그 어떤 금융기관도 하지 못한 일을 글로벌 규모로 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거대하지만 비효율적이다. 국가 소유이기에 많은 부담을 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 앤트그룹을 지켜보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시선엔 호기심과 질투심, 우려심이 뒤섞여 있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일부 매파들은 앤트그룹을 찍어누르거나 곧 예정된 IPO를 방해하길 원한다. 앤트그룹은 전 세계 가장 통합적인 핀테크 플랫폼이다. 오프라인에서 '애플 페이'와 온라인에서 '페이팔', 송금에서 '벤모', 신용카드에서 '마스터카드', 소비자금융에서 'JP모간체이스', 투자에서 블랙록의 '아이셰어스'를 더한 데다 보험중개 기능까지 추가했다. 이 모든 기능이 단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구현된다.


중국의 풍부한 소비자 데이터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데이터 활용 범위 등을 고려하면, 앤트그룹은 전 세계 그 어떤 경쟁자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3000개가 넘는 변수를 신용리스크 모델에 산입한 앤트그룹은 대출 신청 3분 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믿기지 않는 주장이겠지만, 알리바바는 초당 54만4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능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시 말해 앤트그룹은 디지털금융의 막대한 잠재력을 전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며 "하지만 앤트그룹이 점점 진화하면서, 앞으로 마주칠 장벽에 대한 조기경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앤트그룹은 어떤 곳인가. 자회사로 독립한 이후 10년을 보내면서 이름을 3번이나 변경했다. 알리바바 이커머스에서 앤트 스몰 앤드 마이크로 파이낸셜 서비스로, 다시 앤트그룹으로 바꿨다. 이 기업은 한때 스스로를 '핀테크 리더'로 불렀다. 그러자 마윈은 '테크핀'으로 용어의 앞뒤를 바꿨다. 추구하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금융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앤트그룹은 일부 증권사에 금융이 아닌 테크 애널리스트를 자사 분석에 배정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러나 앤트그룹이 본질상 금융기업인 건 부인할 수 없다. 앤트그룹의 사업모델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체 매출을 구성하는 4개 부문을 살펴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결제서비스다. 앤트그룹의 시작점이자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토대다.

앤트그룹은 2004년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첫 발을 뗐다. 소핑객과 상인들이 알리바바에 몰려들었지만 믿을 만한 결제 방법이 부족했다. 알리페이는 당초 '에스크로' 명목으로 설립됐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중개해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이후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모바일 알리페이 앱을 출시하면서, 오프라인 세계로 뛰어들었다. 2011년 결제방식으로 QR코드를 도입하면서 급속 성장을 일궜다. 매장 주인은 돈을 받기 위해 QR코드 인쇄물만 제시하면 됐다. 거의 현금에 의존하던 중국 상거래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지난해 중국 전역의 디지털 거래는 201조위안이었다. 2010년엔 1조위안이 채 안됐다. 알리페이의 시장점유율은 텐센트로 인해 줄어들었다. 텐센트는 국민 메시지앱 위챗에 결제기능을 추가했다. 양 기업은 각 거래액에서 0.1% 수수료를 취한다. 은행들이 직불카드를 통해 받는 수수료보다 적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결제사업에서 520억위안 가까이 벌어들였다. 하지만 결제사업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2017년 앤트그룹 총매출의 55%를 차지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36%로 줄었다. 하지만 핵심은 결제 부문이 앤트그룹 전체 사업의 관문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를 유혹하고 이해하며 모니터하는 방식의 시작점이다.

이 모든 데이터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앤트그룹의 두 번째 사업 부문인 신용대출이다. 앤트그룹은 '크레딧테크'로 부른다. 2014년 소비자대출을 시작했다. 우선 구매 후 차후 지불하는 '화베이'를 출시했다. 무담보 회전결제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가상 신용카드다. 알리페이 사용자들은 화베이를 통해 한달 간 결제를 미룰 수 있거나 소액 할부로 쪼갤 수 있다. 신용카드는 중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화베이는 선뜻 받아들여졌다. 이는 '지에베이'로 이어졌다. 알리페이 사용자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리는 서비스다. 앤트그룹은 또 대출을 제공한다. 영세상인에 집중한다. 연 이율은 7~14%다. 소액대출 금융사들보다 더 낮다.

앤트그룹의 많은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저장성 둥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이판씨는 4년 전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열고자 했다. 담보로 내놓을 자산이 없었기에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친구, 친지들로부터 조금씩 돈을 빌렸다. 앤트그룹에서 1만위안(약 170만원)도 빌렸다. 당시로서는 최대 한도까지 빌린 것이었다. 첫 대출을 갚고 나서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점차 알리페이를 이용하면서, 앤트그룹은 주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의 현금흐름을 파악하게 됐다. 주씨의 신용점수는 개선됐다. 그에 대한 앤트그룹의 신용한도는 10만위안으로 상향됐다. 덕분에 주씨는 올해 연휴 시작 전, 재고상품을 충분히 비축할 수 있었다.

5년을 갓 넘기면서 앤트그룹의 소비자대출액은 1조7000억위안에 달했다. 중국 소비자대출 시장에서 대략 15% 비중을 차지한다. 소기업 대출은 4000억위안 정도다. 마이크로 기업대출 시장에서 대략 5%를 차지한다.

금융관점에서 보면 앤트그룹의 가장 큰 혁신은 신용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애초 앤트그룹은 대출을 한 뒤 이를 증권화해 다른 금융기관에 판매했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미국의 증권화 붐이 자국에서 재연될까 우려했다. 당국은 증권화 설계기업의 자본확충 조건을 은행처럼 규제했다. 앤트그룹의 마진이 크게 하락했다.

앤트그룹은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돈 빌리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일은 은행에 넘긴다. 대신 은행으로부터 기술서비스 수수료를 받는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선 아주 매끄럽게 진행된다. 스마트폰을 몇번 터치하면 대출 요청이 승인 또는 거절된다. 앤트그룹은 결국 현금은 풍부하고 자산은 간소한 대출모델을 세울 수 있었다. 앤트그룹 대출의 98%가 다른 기업의 자산으로 잡혀 있다. 신용사업은 앤트그룹의 가장 큰 단일 사업부문이 됐다. 올 상반기 총매출의 39%를 차지했다.

앤트그룹 플랫폼의 강점은 3, 4번째 사업부문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와 보험이다. 각각 '인베스트먼트테크'와 '인슈어테크'로 불린다. 앤트그룹은 2013년 '위에바오'를 출시하며 자산관리를 시작했다. 알리페이에 현금을 보관한 상인이나 쇼핑객은 소정의 이익을 얻는다. 앤트그룹이 고객 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해 수익을 내주기 때문. 현금을 굴리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이 위에바오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수익률(현재 약 1.7%)이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더 높았다. 2017년 위에바오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 MMF로 등극했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 배급채널이 되기 위해 제공상품을 확대했다. 현재 170개 금융사들이 앤트그룹 플랫폼에서 주식과 채권펀드 등 6000개가 넘는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금융사들은 도합 4조1000억위안의 자산을 앤트그룹 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대출사업과 마찬가지로 앤트그룹은 유망한 고객들을 가린 뒤 적절한 금융상품을 제시한다. 그런 뒤 서비스 수수료를 취한다. 인베스코 만리장성 펀드매니지먼트 부회장인 리리는 "앤트에서의 우리의 성장세는 그 어떤 디지털 플랫폼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그가 굴리는 2개의 MMF 운용자산 규모는 2018년 초 6억6500만위안에서 올해 6월 1140억위안으로 불었다.

앤트그룹의 보험업 진출은 최근에 이뤄졌다. 지난 10년 동안 알리바바의 물품 구매를 위한 운송보험을 제공했다. 상품이 맘에 들지 않는 고객들은 무상으로 반품했다. 하지만 보험이 주요 사업부문으로 확대된 건 2년 전의 일이다. 거대 보험사와 연계해 생명보험, 차량보험, 의료보험을 출시했다. 여기서도 배분 플랫폼으로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을 쓴다. 자산관리와 보험 부문을 합치면 총매출의 1/4 정도가 된다.

모든 개미들이 진군하고 있다

단순 수치만 보면, 앤트그룹은 거칠 게 없어 보인다. 이 기업은 목표로 삼은 모든 시장에서 현란한 성장세를 보였다. 네트워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보다 많은 금융사, 투자자, 대출 고객을 끌어들인다. 선순환이다. 그럼에도 성장이 둔화될 수 있는 3가지 정도의 리스크가 있다. 당국의 규제, 치열한 경쟁, 고유 사업모델에 내재한 리스크 등이다.

중국의 금융규제 환경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 당국은 끊임없이 은행과 투자자에 관한 규정을 손본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높지만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다. 당국은 이로 인한 잠재적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 수시로 개입하려 한다.

앤트그룹의 성장궤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장애물이 있었다. 가상 신용카드를 출시하려던 앤트그룹의 첫 번째 계획은 좌절됐다. 증권화 단속으로 앤트그룹의 대출 사업모델이 뒤집혔다. QR코드를 표준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은 앤트그룹의 결제사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잠재적으로 앤트그룹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내달 발효되는 또 다른 신규 규정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보다 많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개입은 앤트그룹을 멈춰세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정부는 금융혁신에 내재한 잠재적 위험요소를 우려한다. 따라서 앤트그룹 주변에 계속 안전난간을 설치하려 한다.

게다가 규제를 통해 얻는 이점도 있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게 앤트그룹의 신용 제공 방향을 영세상인과 소기업 등에 맞출 수 있다. 또 돈의 흐름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윈의 전기를 쓴 작가 덩컨 클라크는 '산은 높고 황제는 멀다'는 중국 속언을 언급하며 "정부는 오랫동안 중국 곳곳을 파악하려 노력했다"며 "앤트그룹은 당국이 산을 뚫을 수 있도록, 산의 정상에 드론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고 비유했다.

앤트그룹을 마주한 두 번째 위협은 경쟁자들이다. 2013년까지 모바일결제는 앤트그룹의 독점 영역이었다. 하지만 텐센트가 중국인에게 보편화된 위챗을 활용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현재 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 다른 기업들도 금융에 대한 야심을 키우고 있다. 식음료 배달 앱인 '메이투안'은 이제 신용사업을 벌인다.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닷컴'(JD.com)의 금융 자회사와 온라인 자산관리사인 '루진숴'도 올해 IPO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런 경쟁기업들이 남긴 족적은 앤트그룹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중국 투자은행 '블루로터스'의 숀 양은 "예를 들어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빈번하긴 하지만 가치가 낮은 소비 데이터를 얻는다. 앤트그룹이 알리바바를 통해 얻는 데이터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알리바바는 중국 온라인 소매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업적 문화의 차원이기도 하다. 앤트그룹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화제는 2011년 마윈이 알리바바로부터 분사를 결정했을 때였다. 그는 당시 알리바바 주식 70%를 갖고 있던 소프트뱅크와 야후에 그 결정을 알리지 않았다. 마윈은 외국인이 중국의 결제기업을 소유하는 것을 당국이 막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그가 강력한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했다고 의심한다. 독립기업으로 나서면서 초기 자금조달에 절실했던 건 주요 국영기업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앤트그룹 주식은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기업에도 팔렸다.

되돌아보면 분사 계획은 확실히 전략적 근거가 있었다. 독립한 앤트그룹은 기존 금융시스템이 등한시하는 영역을 찾아 공세적으로 활동해야 했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의 한 CEO는 "금융 부문이 기존 핵심 소매사업에 누가 되는 실수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항상 우려한다"고 말했다. 앤트그룹은 사업을 다각화했다. 알리바바에서 생기는 매출은 10%가 채 안된다. 중국의 다른 전자상거래 거대 기업들에게 앤트그룹의 성공은 좋은 본보기다. 그들은 핀테크 경쟁에서 수년을 뒤처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앤트그룹이 직면한 마지막 위협은 글로벌한 반향을 가졌다는 점이다. 사업모델의 본성 때문이다. 소액을 빌리는 사람들에게 무담보 대출을 해주는 건 위험하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앤트그룹에게 혹독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30일 이상 상환이 안된 앱 기반 대출의 연체율은 2019년 1.5%에서 올해 7월 2.9%로 올랐다.

그러나 중국 내 다른 은행들 상황보다는 나은 편에 속한다.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은 앤트그룹의 시장지배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대부분 사람과 기업의 활동이 알리페이와 알리바바의 힘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앤트그룹의 대출을 연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랬다간 신용등급이 내려가 사업이나 생활의 다른 부분까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금융인들은 수긍하는 한 가지는 앤트그룹이 고객 분석과 관련해 진정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 금융인은 "앤트그룹은 고객사의 분기보고서가 필요없다. 그들은 고객사의 자금흐름을 하루 단위로 꿰고 있다. 누구와 거래하는지도 알고 있다. 고객의 고객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배송 주소에 기반해 앤트그룹은 어떤이가 어디에 살고 어디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최신 정보를 은행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사는지에 기반해 앤트그룹은 고객의 소득수준을 짐작할 수 있고, 습관이나 성향, 삶의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앤트그룹과 연구프로젝트를 협력한 MIT 금융학 교수 후이 첸에 따르면, 개별 리스크와 시스템 리스크는 다르다. 앤트그룹의 알고리즘을 떠받치는 기계학습은 개인의 행동을 반복해서 지켜본다. 그리고 나서 패턴과 변칙을 구별해낸다. 하지만 거대한 경제적 충격처럼 역사적 데이터에 등장하지 않는 리스크라면, 앤트그룹의 선진 기계학습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앤트그룹의 전략에 내재한 한계요소가 있다. 앤트그룹의 사업모델은 설계상 많은 사람들이 적은 규모의 돈을 빌리거나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첸 교수는 "앤트그룹의 분석적 장점은 이런 대량시장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전통적인 금융모델은 대부분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중국 전체 신용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곳에는 앤트그룹이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앤트그룹은 또 은행과 어색한 관계에 있다. 플랫폼을 통한 대출을 위해 은행의 자금에 의존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서 앤트그룹은 당연히 경쟁자로 인식된다. 이는 아직 그다지 큰 우려사항이 아니다. 앤트그룹은 은행이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앤트그룹의 투자와 보험 플랫폼에도 의구심이 존재한다. 앤트그룹은 다수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MMF를 판매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였다. 컨설팅기업 '인핸스'의 샘 래드완은 "소액 상품을 파는 덴 탁월하다. 하지만 보험에선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변성이 큰 연금상품처럼 가치가 높고 복잡한 보험상품 거래를 매듭지으려면, 중개인은 보통 소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대화해야 한다. 래드완은 "고객들은 보험처럼 복잡한 상품에 대해 온라인 중개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트그룹의 글로벌 야심 또한 향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앤트그룹은 인도의 '페이티엠' 등 아시아에서만 각기 다른 10개의 핀테크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앤트그룹 내 낙관론자들은 한때 앤트그룹으로 연결된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신용사업에서 투자까지 아우르는, 양쪽의 경계 모두에 걸터앉는 구조를 활용해서다.

이런 야심에 첫 번째 좌절이 닥친 건 2018년이었다. 미국은 국제송금기업인 '머니그램'에 대한 앤트그룹의 인수 시도를 막았다. 성사됐다면 앤트그룹은 국제송금 부문의 글로벌 강자로 올라섰을 터였다. 중국의 외교정책이 보다 공세적으로 변하면서 앤트그룹을 둘러싼 안보 우려도 커졌다. 앤트그룹이 조만간 예정된 IPO 수익금의 10%를 국제송금 부문 확장에 투자하겠다고 계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모든 제한요소에도 불구하고, 앤트그룹의 미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인베스코 만리장성 펀드매니지먼트의 리리 부회장은 알리페이 앱 내에 있는 자사의 미니사이트를 거론했다. 앤트그룹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만개의 사이트 중 하나다.

지난달 인베스코는 자사의 시장전망을 논의하기 위해 미니사이트에서 실시간 생중계를 진행했다. 70만명 이상의 중국 투자자들이 이에 참여했다. 앤트그룹이 수천만명의 중국인들에게 금융시스템의 주출입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곳으로 걸어들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앤트그룹은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 얼마나 버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앤트그룹은 그들에게 곧 다가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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