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바람불어야 에너지전환 성공한다(하)

"정부보증 통해 어민참여형 해상풍력 가능"

2020-10-22 10:48:50 게재

주민참여·수산업과 상생방식 논의중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 육성도 시급

그린뉴딜의 핵심사업으로 부각된 해상풍력발전을 성공하기 위해 어민들과 갈등을 해결하면서 추진하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과 관련된 국내 산업기반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 산업생태계를 육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남동발전이 제주도에서 30MW 규모로 운영중인 탐라해상풍력 전경. 사진 한국남동발전 제공


◆민간협의회와 '협의 후 합의' 방식으로 = 울산 연·근해 해상풍력발전사업반대대책위는 울산시에서 개최(26~28일)할 해상풍력 국제포럼에 대응해 집회를 열 계획이다. 어업인을 배제한 채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조경수 대책위원장은 21일 "울산 해안에서 40~50km 떨어져 있고 수심 130~150m에 이르는 93, 94 해구에서 부유식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곳은 울산 뿐 아니라 경주 부산에 있는 근해어업인들도 와서 문어 장어 가자미 오징어 등의 조업을 하는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7일에도 긴급 해상시위를 했다. 사업자들이 풍력을 조사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히 모였다.

전국 어업인들도 대책위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상풍력 발전을 시작,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전북 부안·고창의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는 최근 어업인들이 민간대책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성태 서남해 해상풍력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2기 민간협의회에서 어민과 함께 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발전을 어떤 식으로 할지 '협의 후 합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협의했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합의'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협의회는 3명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됐다. 관은 전북도 정무부지사, 민은 부안과 고창에서 각각 어업인 대표 1명씩이 참여한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 과장급 이상이 참여한다.

민간협의회는 이익공유제, 주민참여방식 등에 대해 정부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이 위원장은 "자본이 부족한 어민이 해상풍력발전에 지분을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보증을 서고 수협에서 대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지분 비율도 어민들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대책위도 전북 서남권의 사례를 참고해 어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구조를 구상 중이다. 서재창 수협 해상풍력대책위원장은 "어장이 좋은 곳은 어업할 수 있게 하고, 어장이 안 되는 곳에 발전단지를 만들어 바다도 살리고 에너지도 생산하면 좋을 것"이라며 "해상풍력의 이익을 어민들이 공유하려면 사업자는 민간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산터빈 점유율 매년 증가 =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연계해 풍력산업 생태계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부분을 간과할 경우 풍력설비 설치용량만 증가할 뿐 자칫 외국산 제품이 주류를 이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전남 신안(8.2GW), 서남권(2.4GW), 울산·동남권(6GW) 등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대상 풍력설비 터빈 국산 점유율은 2017년 64.9%에서 2019년 53.0%, 2020년 상반기 49.2%로 오히려 줄었다.

덴마크의 베스타드가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이나 생산능력 측면에서 우리기업이 후발주자임은 분명하다. 해상풍력용 터빈의 경우 지멘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 8MW급 제품을 공급 중이지만 두산중공업은 8MW급 터빈을 2022년 공급목표로 국책과제 연구개발 중이다. 물론 같은 8MW급 이라도 국가별 해상풍속 특성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

또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 터빈 부품국산화율은 약 70%로 알려졌다.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요구된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셀·모듈은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부품 잉곳·웨이퍼는 사실상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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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이재호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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