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배↑, ‘고가’ 기준 12년째 9억원

2020-11-06 12:29:19 게재

고가주택 1999년 0.4%→2008년 1.5%→2020년 4.8% … 기준상향 검토 필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ㅈ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 아무개(42세)씨는 최근 집값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말 이웃 아파트가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래가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초만 해도 7억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2015년말 이사왔을 땐 매매가가 4억원대에 불과했다. 당시 고가주택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말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과 1년새 집값이 4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고가주택 보유자가 됐다. 강씨는 “고가주택은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이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가주택에 거주하게 됐다”며 “세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집값상승을 고려할 때 이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고가주택은 각종 세금과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무엇보다 실거래가 9억원(공시가 6억원 수준)은 종부세 대상이다. 투기과열지구내에서 9억원 이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인 반면, 초과하면 20%를 적용한다. 1세대 1주택 비과세도 달라진다. 양도가액이 9억원 이상이면 1세대 1주택자라도 온전히 비과세를 받을 수 없다.

고가주택 기준 9억원은 2008년 10월 정해졌다. 이후 12년간 유지되고 있다.

5억원이 기준이던 고가주택은 1999년 6억원으로 높아진 뒤 2008년 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행정안전부 자료(1세대 1가구 기준)에 따르면 1999년 ‘6억원 초과’ 주택은 1만4000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주택의 0.4% 수준이다. 나머지 384만가구(99.6%)가 6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었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하면서 2008년엔 6억 초과 주택이 크게 늘었다. 전체주택 1356만채 중 58만채(4.3%)가 고가주택으로 분류됐다. 고가주택 비율이 10배 이상 늘었다.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 초과로 높인 이유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1세대 1주택이 국민의 주거생활안정에 필수적인 점을 감안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고가주택이 크게 증가해 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고가주택은 21만호(1.5%)로 대폭 줄었다.

당시 9억원으로 기준을 높인 근거는 주택가치 상승분 반영이었다. 1999년 이후 2007년까지 주택가격이 58.8% 상승했다. 아파트만 보면 90.1%나 치솟았다.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3%였다.

그럼 2008~2020년까지 주택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KB국민은행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2019년 1월=100)에 따르면 2008년 1월 77.7에서 2020년 10월엔 105.6으로 27.9(35.9%)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만 보면 78.2→113.1로 34.9(44.6%)포인트 뛰었다.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4억8084억원이었다. 올해 10월엔 9억2093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 이상인 셈이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가주택 수도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 현재 9억원 미만 주택은(공동주택 기준) 1316만6000호(95.2%), 9억원 이상 주택은 66만3000호(4.8%)다. 고가주택 비중이 12년새 3.3%포인트(1.5→4.8%) 늘었다. 9억원 이상 주택은 다시 △9억 이상~15억원 미만 43만7000호(3.2%) △15억원 이상 22만6000호(1.6%)로 나뉜다. 고가주택 기준을 15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고가주택 기준을 15억원으로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1999년의 0.4%보다 4배 많다.

전문가들도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008년 이후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기준상향을 신중히 검토할 때”라며 “실수요 1주택자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완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가주택을 규정한 목적에 따라 기준을 달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 혹은 집주인 소득수준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가주택을 분류할 수 있다”며 “고가주택을 구분한 목적과 기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고가주택 기준조정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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