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

"철학·조직없는 '안철수바람' 실패"

2020-11-12 11:21:30 게재

기득권 담합 깨는 '제3 정치경제론' 제시

"보궐선거 후보 내 민주당 심판에 나설 것"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안철수현상의 실패와 안철수바람의 한계를 분석하면서 대안으로 '제3 정치경제론'을 제시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이후 내부 성찰을 거쳐 '중도'를 떼어낸 '개혁 혁신신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도 했다. 먼저 내부 혁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제 3세력으로 자라잡기 위한 '기약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수봉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9일 오후에 민생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가졌다.

■ 지난 총선에서 대패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대정신이 뭔지 몰랐다. 정체성도 없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정치꾼에 휘둘렸다. 이해관계도 다른 정당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하고 충돌했다. 아쉬운 과정들이었다.

■ 총선이후 5개월동안 무엇을 했나

6월부터 (비대위 체제로) 근무를 시작했다. 첫 현장방문이 5.18 민주화운동 묘역이었고 반성문을 썼다. 미래혁신위를 구성해 제3의 정치세력이 거듭나기 위한 철학적 기초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 반성과 성찰의 결과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중도노선의 '중도'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개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중도'는 진짜 보수, 진짜 진보를 전제로 한다. 한국에 진짜 보수와 진보가 있나. 우리나라 진보, 보수는 사회적 경제론이나 시장경제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융모피아 등의 담합과 이해관계로 굴러가는 구조다. 우리가 부족했던 것은 실제 움직여가는 실체에 주목하지 못한 것이었다. 6월에 광주에서 '중도'를 폐기하겠다고 했다. 개혁혁신정당이 지향점이다.

■ '중도개혁정당'을 내세운 '안철수 실험'은 끝났나

'안철수 현상'의 실패 원인은 철학적 이론이나 주체·조직없이 바람만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하지 않고 불분명한 깃발로 양당체제에 도전했으니 실패는 뻔한 것이었다.

안 대표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어 실패라기보다는 시련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3지대론 자체는 유의미하다. 민주당, 국민의힘을 뺀 나머지 50%정도는 다른 정치를 갈구하는 갈망을 키우고 있다. 민생당이야말로 제3지대 정치를 실험하고 있는 본류다.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정부를 반대하는)반문 전선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를 극복하는)극문전선이 돼야 한다.

■ '중도'가 아닌 '제3 지대 정치'의 기반은 무엇인가

제3 정치경제론이다. 기득권 담합구조의 해체를 기본으로 한 이론이다. 공정경제 사회 구성이 핵심이다. 공정경제론은 3가지 포인트가 있다. 불평등, 기후, 생태계다.

■ 제3정치경제론을 좀더 설명해 달라

한국의 문제는 막후에서 움직이는 기득권 담합이다. 진보, 보수 등 이념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개혁 혁신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거기에 한 걸음을 더 나아가서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이냐인데 그 기준은 '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존재의 가치'다. 성장이 아닌 치유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초지성주의로 간다. 4차 산업혁명이 발달하면서 과거에 노동에 의해서 했던 것을 초지능이 만들어내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의 지혜를 결합하는 초지성으로 가야 한다.

■ 정치는 현실이다

의원도 없고 여론조사에도 지지율이 잡히지 않는다.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한다. 당장 뭔가 열매를 따먹겠다고 하면 안된다. 집권의 정당성과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다. 시련의 과정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다. 그 시험을 피하면 안된다. 민생당에 주어진 것은 어렵지만 정확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정치에서는 '올바른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얘기를 하면 동화에서는 그 말로 사회가 바뀌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어때서?'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이의제기를 해야 할 때다. 그걸 통한 국민 납득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걸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 진보-보수 진영 구도에서 어떤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진영논리가 강해졌다. 진영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진영논리가 그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언젠가는 임계점이 온다. 그 시점에 민생당이 정확한 지점에 서 있어야 한다. 시간이 문제다. 1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 내년 4.7 보궐선거가 첫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재보궐 선거의 원인 제공을 집권당이 했다. 2015년 김상곤 혁신안으로 지지를 받아놓고는 이제 씹던 껌 버리듯 버렸다.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다. 심판해야 한다. 야당의 상태가 지리멸렬하다. 분명한 입장과 함께 후보를 낼 것이다. 이 문제를 뛰어넘는 극문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후보를 내고 취지에 맞는 쪽과 연대할 수도 있다.

■ 후보는 어떻게 선출하나

모두에게 열려있다. 천정배 손학규 정동영 박주선 등 당의 지명도 있는 인사들을 포함해 적극 나서야 한다. 나도 나갈 수 있다.

■ 사분오열돼 있는 당 내부를 어떻게 정비할 생각인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당명 개정까지 포함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당원이 42만명, 문자를 보내면 30만명이 본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은 2만5000명이다, 지역위가 구성되기 어려우면 미래특위에서라도 향후 진로 로드맵을 짤 것이다. 연내에 전당대회를 하라고 지침을 줬다. 전당대회는 강한 정당을 위한 내부시험이다. 내부혁신을 해야 한다. 작은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것들이다. 그런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